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나는 파괴자" 핵폭탄 개발 오펜하이머

"내손에는 피가 묻어있다." 이론물리학자이자 행정가인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는 원자폭탄을 만들고는 신경쇠약에 시달렸다.

1904년 오늘, 뉴욕에서 유태계 부잣집에서 태어난 그는 과학자로서 공명심이 대단했다. 로스앨러모스 연구소 소장으로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끌어 불가능하게 여겼던 원폭 제조에 성공했다. 한때 '구국의 영웅'으로 찬사를 받았다. "(인간에게 불을 전한)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는 다시 올림푸스 산에 올라가 인간을 위해 제우스의 벼락을 가지고 돌아왔다."

1945년 일본에 원폭이 투하되고 그 참상을 지켜본 후에는 마음을 바꿨다. 미국의 수소폭탄 개발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그러자 미국 정부는 곧바로 반역자로 낙인찍었다. 그는 굽히지 않고 과학자와 양심의 문제를 제기하다 죽기 직전에야 복권됐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서 보듯 핵만큼 다루기 어려운 것이 없다. 핵폭탄 기술을 발전에 응용했으니 인간 맘대로 제어가 될 수 있을까. '안전하다'며 원전을 칭송해온 과학자들, 그들도 언젠가 오펜하이머처럼 "나는 죽음이다. 나는 세계의 파괴자다"라는 말을 할지도 모른다.

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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