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서산업단지 비싼 땅, 왜 놀고있지?

삼성상용차 퇴출 부지 1㎡당 100만원짜리 땅 축구장으로 쓰이고 있어

공장 건축 없이 축구장이나 나대지로 방치돼 있는 삼성상용차 부지. 해당 기업들은 지역 제조업 경기 호전에 따라 조만간 신규 투자 계획을 진행하겠다고 해명했다.
공장 건축 없이 축구장이나 나대지로 방치돼 있는 삼성상용차 부지. 해당 기업들은 지역 제조업 경기 호전에 따라 조만간 신규 투자 계획을 진행하겠다고 해명했다.

대구 제조업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성서산업단지 삼성상용차 부지 내 땅부자 업체들이 때아닌 '눈총'을 받고 있다.

2000년 12월 삼성상용차 퇴출 이후 부지를 재분양받은 기업들이 상당수 땅을 수년간 나대지 상태로 유지하면서 '투자냐, 투기냐' 논란에 휩싸여 있는 것. 용지난에 허덕이는 지역 기업들은 땅을 놀리고 있는 삼성상용차 부지 입주 업체들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해당 기업들은 "투자 계획이 있다"며 해명에 나서고 있다.

특히 도산한 삼성상용차 부지 내 옛 디보스 공장 경매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최종 낙찰 주인공과 개발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단에 웬 축구장?

삼성상용차 부지 내 옛 ㈜디보스(2만4천200㎡'7천340평) 공장 부지 경매에 참여한 A자동차부품사 전무는 디보스 공장을 찾을 때마다 '억울한' 심정을 감출 길이 없다. 그는 "삼성상용차 부지에 기업 분양이 끝난 지가 언젠데 빈 땅이 남아돈다"며 "땅이 모자라 허구한 날 땅을 물색하고 있는 입장에서 삼성상용차 부지에 빈 땅을 가진 업체들이 곱게 보일 리 있겠느냐"고 했다.

삼성상용차 퇴출 이후 10여 년간 대구시는 64만2천㎡(19만4천 평)의 상용차 후적지에 모두 15개 기업을 유치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 위기를 비롯한 잇단 경기 악화 요인으로 2개 기업(디보스'케이티브이글로벌)이 잇따라 도산했다. 살아남은 나머지 기업 상당수 역시 분양 당시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공장 신축 계획을 잇따라 철회해 삼성상용차 부지 상당수가 나대지로 방치돼 있다.

24일 오후 찾아간 삼성상용차 부지. 주변 20층 아파트 옥상에서 옛 삼성상용차 부지를 내려다보자 공장 건물 사이사이로 빈 터가 넘쳐나는 반면 공장 직원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몇몇 기업들은 공장보다 훨씬 넓은 축구장을 조성해 두고 있었고, 잡초가 무성한 나대지 사이로 풋살장도 눈에 띄었다.

지역 제조업체들은 "공장 터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기업들에겐 가슴을 후벼 파는 광경"이라며 "1㎡당 100만원이 넘는 땅에 축구장이 웬 말이냐. 애초부터 공장 짓는 일보다 땅을 사두는 게 먼저 아니었냐"고 씁쓸해 했다.

대구시가 삼성상용차 퇴출 이후 해당 부지를 분양할 때 가격은 1㎡당 22만원 정도로 현 시세와 비교하면 7년 사이 무려 4배 이상 올랐다. 오른 땅값만 보면 '투기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실정이다.

◆투자 계획 있다

삼성상용차 부지에 빈 땅을 가진 업체들은 '투기' 의혹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경기 악화로 당초 계획과 달리 투자 계획이 늦어졌지만 경기 회복으로 신규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부터 경매 절차를 밟고 있는 디보스 부지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는 삼성상용차 부지 내 B사는 "물류비용 절감 차원에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생산라인을 디보스 부지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라며 "디보스 공장의 경우 라인 일부분 수정을 거치면 곧바로 생산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시는 "앞서 1, 2차 경매에서 잇따라 유찰된 디보스 부지는 일괄 매입 후 분할 매각을 노리는 투기 세력과 순수 투자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라며 "투기 세력에 매입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또 전체 공장터의 30%(2만9천㎡)만 사용하고 있는 B사는 "예측하지 못한 경기 악화에 따라 당초 투자 계획을 철회한 것뿐"이라며 "경기 호전에 따라 장기 신규 투자 계획을 확정했고, 올 상반기 중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또 C사는 본관 건물과 신사업을 위한 연구동 등 1만5천㎡ 규모에 건물을 올릴 계획을 갖고 있으며, D사는 입주가 지지부진한 옆 공장 터를 매입해 제2공장을 건설 중이다.

대구시는 "지난해부터 제조업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삼성상용차 부지 입주업체들의 신규 투자 계획이 잇따르고 있다"며 "다음 달쯤 삼성상용차 부지 추가 투자 계획을 정리'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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