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화값 강세 시기, 아는만큼 번다…환테크 전략 3

조기 유학으로 미국 뉴저지주에 아들(15)을 보낸 김상철(가명'47) 씨는 요즘 들어 어깨가 한결 가벼워졌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이 끝모르게 떨어지고 있어서다. 매년 김 씨가 아들을 위해 보내는 돈은 약 6만달러가량. 매달 5천달러 정도를 보내고 있어 달러당 1천400원이던 2년 전에 비해 1천100원인 지금은 부담이 훨씬 줄었다. 매달 150만원 차이로 연간 1천800만원가량 부담이 줄어든 셈이기 때문이다.

'환테크'가 절실해졌다. 원/달러 환율이 2008년 9월 이후 처음으로 1천100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해외 송금이나 해외여행 등 환율에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는 이들도 늘고 있다. 올 들어 국내 증시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원화 강세는 대세여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원/달러 환율 1천80원 선도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출업체로서는 여간 당혹스러운 게 아니지만 조기 유학으로 아이들을 해외에 보낸 부모들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환율하락 시기에 알아두면 좋은 환테크 방법들은 어떤 게 있을까.

◆기러기 아빠, '천천히, 나눠서'

매달 해외에 있는 자녀에게 생활비를 달러로 보내야 하는 기러기 아빠들은 송금 시기를 늦추는 것이 좋다. 다만 정기적으로 송금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무작정 송금 타이밍을 늦추기보다 외화예금 등을 통해 필요한 외화를 달러당 원화값이 크게 올랐을 때 조금씩 분할 매수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 달 뒤 1만달러가 필요하다면 한 번에 바꿀 게 아니라 수차례에 나눠 조금씩 사들이라는 것이다.

주요 경제연구소들이 1천50원을 원/달러 환율의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원화값이 크게 올랐을 때 달러를 조금씩 매입하는 전략이 더욱 유효하다. 원화 강세에만 기대 달러 매입을 늦추다가는 송금 타이밍을 놓칠 수 있어서다. 목돈을 보낼 경우에도 하루에 많은 금액을 바로 보내기보다 2, 3번에 나눠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주거래은행과의 거래실적을 이용해 수수료를 줄이고 우대환율을 적용받는 것도 중요하다.

◆해외여행, '현금보다 카드로'

환율이 내릴 때 해외여행을 할 경우에는 현금보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신용카드로 해외에서 결제한 뒤 국내 은행이 청구대금을 확정하는 데는 보통 3, 4일이 걸리기 때문에 환율이 내리면 현금으로 살 때보다 환율 효과를 볼 수 있다. 체크카드도 한 방법이다.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와 달리 환가료(환율변동위험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신용카드의 경우 국내 카드사들은 보통 결제금액의 0.5~0.7%를 환가료로 부과하지만, 체크카드는 대부분 건당 수수료(600원 남짓)만 부과된다. 결제하는 금액이 클 경우 수수료가 고정돼 있는 체크카드가 유리하다.

해외여행에서 필수인 쇼핑도 기내보다 면세점에서 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기내에서는 면세품 가격을 이전 달의 환율을 기준으로 책정하기 때문이다. 현재 환율을 반영하는 면세점 가격이 기내보다 다소 낮을 수 있다.

◆외화 상품, '적립식으로'

해외펀드 가입자들은 원화 강세로 수익을 잃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해외펀드의 경우 투자수익과는 별개로 달러가치의 약세에 따라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목돈을 해외펀드에 투자하는 경우라면 일부는 환헤지를 하고, 일부는 환헤지를 하지 않는 분할 방식으로 환율 변동에 보다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금융업계에서 내놓은 외화예금'대출 상품들도 적절히 이용하면 환리스크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외화 대출을 받은 경우라면 원화 강세 시기인 지금이 대출 상환의 적기다.

외화예금은 원화를 외화로 예치해두고 인출 시점의 환율로 찾아 쓸 수 있으므로 지금처럼 원/달러 환율이 낮을 때 가입해 뒀다가 환율이 오를 때 찾으면 유리하다. 전문가들은 적립식으로 가입해 분할매수한다면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NH농협 대구PB센터 조영철 팀장은 "매달 일정액을 그 시점의 환율로 사들이는 적립식 예금에 가입해 목표 수익률도 잡고, 환율 변동 위험도 줄이는 방법도 괜찮은 환테크 방식"이라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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