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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단풍처럼 보이던 소나무 숲 가까이서 보니 재선충병 걸려 집단 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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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포항지역 재선충병 확산 심각…이상고온 영향도 커

지난 9일 오후 포항시 남구 오천읍 용산리 용산보건진료소 인근 야산 소나무 숲이 재선충병 감염으로 붉게 물들어있다. 배형욱 기자
지난 9일 오후 포항시 남구 오천읍 용산리 용산보건진료소 인근 야산 소나무 숲이 재선충병 감염으로 붉게 물들어있다. 배형욱 기자

지난 9일 오후 1시쯤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용산리 용산보건진료소 인근 야산. 소나무가 빼곡히 심어져 있어 원래라면 초록빛을 띠고 있어야 하는 산이 붉은빛으로 뒤덮여 있었다. 재선충병에 감염된 탓에 잎이 붉게 변한 것이다. 멀리서 보면 알록달록 예쁜 듯 보이지만 실상은 병에 걸려 죽은 소나무 무덤인 셈이다.

해병대1사단 등 군부대가 있는 남구 일월동 일대 소나무도 초토화된 상태다. 군부대 경계로 심어져 있는 소나무는 푸른색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포항 전역이 재선충병에 몸살

포항은 도심, 비도심을 막론하고 전역이 재선충병에 몸살을 앓고 있다. 29개 읍·면·동 중 죽장면 두마리 등 6개 '리' 지역을 제외하고는 모두 재선충병에 당했다. 포항 전체 면적 11만2천㏊ 중 10만2천㏊가 소나무류 반출금지 구역으로 묶여 있다.

산림면적으로만 따지면 7만5천㏊의 28%를 차지하는 소나무 숲(2만1천㏊) 전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 숲에는 소나무 약 2천600만 그루가 자생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포항에서 재선충병으로 죽은 소나무는 약 52만4천 그루나 된다. 2021년 1만5천 그루에 불과하던 재선충병 감염 소나무가 5년 만에 40배 넘게 발생한 것이다.

포항은 지난해부터 올해 중순까지 재선충병 확산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행정 당국은 피해 정도가 가장 심한 지역인 남구 동해면, 구룡포읍, 장기면, 호미곶면에서 집중 방제작업을 펴고 있으나 방제가 감염 확산 속도를 따라잡기 힘든 실정이다.

지난 9일 오후 포항시 남구 일월동 군부대 주변 소나무들이 재선충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 배형욱 기자
지난 9일 오후 포항시 남구 일월동 군부대 주변 소나무들이 재선충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 배형욱 기자

◆이상고온 영향 커

포항시는 이런 급격한 확산이 이상고온 현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약 1㎜ 크기의 재선충은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의 몸을 매개로 소나무에 옮겨 붙어 물과 영양분을 빨아먹고 폭발적으로 증식한다. 이 과정에서 소나무는 수분 공급이 끊기고 분비물 감염 등으로 조직이 괴사 하며 죽는다. 이 병에 감염된 소나무가 붉은색을 띠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두 종의 하늘소는 주로 여름철 활동하며 더운 날이 지속될수록 활동하는 시기가 늘어난다. 올 들어 포항 지역 폭염이 6월부터 시작돼 이달 초까지 석 달 넘게 기승을 부린 점을 미뤄 하늘소가 평년보다 한 달 정도 더 오래 활동하며 재선충병을 옮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포항시는 장기간 폭염이 지속된 올여름 이들 하늘소의 활동으로 소나무 250만 그루가 재선충병에 감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선충병의 확산 속도를 따라잡기 위한 포항시의 노력은 필사적이다. 시가 그동안 해오던 방제작업이 방어적이었다면 현재 시행하고 있는 것은 다른 곳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공격적 방식을 펴고 있다.

앞서 시는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 1그루씩을 베어낸 뒤 처리하는 '단목방제'를 시행했다. 그러다 최근 감염 소나무가 발생한 지역의 소나무 밀도를 낮추는 간벌 작업, 소군락 모두베기 등을 적용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사용하지 않는 방식을 가장 먼저 현장에 적용하는 셈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포항 지역이 다른 곳보다 재선충병 감염 소나무가 많이 발견되는 것은 그만큼 포항시가 많은 예산과 노력을 쏟아 방제작업을 펴고 있기 때문인 점도 있다"며 "올해도 시민들에게 휴식하기 좋은 숲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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