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검은 입 벌린 채 눈 감았다
나는 아버지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진달래꽃보다 늦게 병원에 도착한 나는 아버지 다리가 녹슨 레일처럼 구부러지지 않게 두 팔로 힘껏 무릎을 눌렀다
막장은 벽만 있을 뿐, 바닥이 없었다
발밑을 파내려가도 눈앞엔 검은 벽, 바닥은 어느새 궁륭이 되었다
아버지는 앞만 보고 살았지만, 언제나 뒤가 무너졌다
나는 페치카 옆의 카나리아, 연탄가스를 마시며 놀았다
구멍보다 틈이 무섭다는 것을 나는 안다
죽음의 生家가 텅 비어있다
박후기
아버지 검은 입과 폐광의 장치가 탁월한 도입부를 지나자 말자 곧바로 아버지 임종 있으시네요. 진달래꽃보다도 더 늦게 도착해 그 임종도 못 지켰다 하네요. 꽃 같은 탄식, "진달래꽃보다 더 늦게" 이 기막힌 비유 앞에 불효한 화자의 자책이 꽃보다 아름다워 가슴을 쓸어내리는데요.
평생을 막장에서 한 광부의 삶, 작년에 이슈가 되었던 페루광부들의 슬기로운 영웅담도 전해들은 터지만, 우리들의 아버지는 막장만 바라보는 삶을 살았지요. 캄캄했지요. "앞만 보고 살았지만, 언제나 뒤가 무너졌다"는 발견, 이 시의 백미입니다.
그 삶의 구석을 다 보고 자란 아이, 슬픈 아이, 일찍이 연탄가스 마시며 놀다 알았겠지요. 아버지의 삶이 내 삶인 것을요. 구멍보다 틈이 무섭다는 것을요. 여기서 허만하 시인의 시 한 구절을 가져와 볼까요. "존재는 틈이다. 손이 쑥쑥 들어가는 적막한 틈이다." '틈' 그거 경험해 본 사람에게는 기막힌 절명의 단어 아닌가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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