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보선=나홀로 선거' 공식 되나

전국적 총선·지선보다 인물 대결 현상 강해

'재'보선=나홀로 선거'라는 공식이 자리 잡고 있다. 정당 대결 성격이 강한 전국적 선거인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는 아직 정당 간판이 유용하게 활용되고는 있지만 한 지역에서만 국한돼 실시되는 재'보선에서는 소속 정당의 대결보다는 인물 대결이라는 인식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처럼 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기가 바닥인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선거가 끝난 하루 뒤인 28일 "젊은 사람들이 한나라당은 그냥 싫다고 한다"며 "젊은층을 당연히 안고 가고 싶지만 쉽지가 않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만큼 한나라당에 대한 30'40대의 거부감이 강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당 간판을 내걸고 국회의원 수십 명이 몰려다니는 등 분당 전역을 휘젓고 다녔으니 이길 수가 없었다는 설명이었다.

이번 4'27 재'보선에서 '나홀로 선거'를 한 후보는 모두 당선됐다.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태호 후보는 안상수 대표 등 당 지도부의 방문 자체를 막았다. 안 대표는 그래서 창원까지만 왔다가 갔다. '인기도 없는 당 간판이 도움이 될 리 없다'는 판단에서다. 더구나 인기 없는 당 지도부가 온다면 감표 요인이라는 생각도 방문을 막은 주 요인이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적중했다.

분당을에서도 그랬다. 소속 국회의원들이 '융단폭격'을 해 '국회를 옮겨 놓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한나라당과는 달리 민주당 손학규 후보는 끝까지 나홀로 선거운동에 주력했다. 명함을 건네는 운동원과 비서 1명이 전부였다. 특히 손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정당도 드러내지 않았다. 양복을 입고 혼자서 돌아다녔다. 플래카드, 선거공보물에서는 민주당의 상징색인 초록색을 가급적 배제하고 '기호 2번'이란 숫자도 구석에 작게 표기했다. 손 후보의 이런 전략 역시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7'28 서울 은평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이재오 특임장관은 자전거를 이용한 '1인 선거'로 당선됐다. 공개적으로는 한나라당 조직이 동원되지 않았다. 물밑에서만 움직였다. 이 장관이 당의 지원을 사양했기 때문이었다.

이달희 한나라당 대구시당 사무처장은 이런 현상에 대해 "국민들이 당을 앞에 내걸고 패싸움을 벌이는 듯한 선거에 염증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처장은 이어 "이런 현상이 앞으로는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도 나타날 것"이라며 "지금까지 인물론에서 절대 우위를 보인 한나라당이었지만 이제는 진보 진영에서도 준비된 후보들이 적지 않아 한나라당으로서는 점점 더 어려운 선거를 해야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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