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상아 밀반입으로 또 나라 망신시킨 외교통상부

임기를 마치고 귀국한 박모 전 코트디부아르 대사의 이삿짐 화물 속에서 상아 16개가 발견돼 물의를 빚고 있다. 외교통상부의 고위 관리가 아프리카코끼리의 멸종을 우려해 거래 금지된 상아를 국내에 밀반입한 사실은 국제적인 망신이 아닐 수 없다. 박 전 대사는 현지인들이 이삿짐을 포장, 자신은 몰랐다고 하는데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 외교관들이 밀수 행위를 저질러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된 적은 여러 차례 있지만 우리나라 대사가 수출입 금지 품목을 들여왔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더구나 코트디부아르는 박 전 대사가 귀국한 2월 무렵에 내전이 벌어져 우리 대사관 직원들이 고립되는가 하면 교민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었다. 그 같은 혼란 속에서 현지 대사가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행위를 했다는 것은 어떠한 말로도 용서가 되지 않는다.

외교통상부 장관이 격분해 검찰 고발과 필요한 조치를 지시했다지만 국민들의 싸늘해진 시선을 거두기는 어렵다. 외교통상부는 지난해 9월 유명환 장관의 딸 특혜 채용 논란에 이어 올 3월에는 중국 상하이 총영사관의 직원이 현지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파문을 일으켰다. 또 최근에는 FTA 협정문을 오역, 망신을 자초하기도 했다.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데 앞장서야 할 공직자들이 오히려 국가 이미지를 나쁘게 하고 있으니 개탄스러울 뿐이다.

외교통상부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복무 기강 점검이니 뭐니 하며 법석을 떨었지만 나아진 것은 별로 없다. 물의를 빚은 당사자의 직위는 장관부터 아래까지에다 물의의 유형도 다양하다. 총체적이다 보니 다음엔 뭐가 터질지 불안하기까지 하다. 외교통상부는 근무 기강부터 시작해 모든 문제를 철저히 들여다보고 뼈저린 자기반성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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