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주영의 스타 앤 스타] 영화 '체포왕' 으로 관객 찾는 박중훈

요즘 신세대에겐 신인배우로 통하죠

두 귀를 의심했다. 이 배우의 구력이 오래된 줄은 익히 알았지만 실제 나이는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 '체포왕'(4일 개봉)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박중훈을 만났다. 올해 46세라고 밝힌 그는 그의 나이라고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젊은' 느낌이었다.

"심지어 내가 아직 결혼도 안 한 줄 아는 사람이 제법 있어요. 내가 지금 애가 셋인데.(웃음) 그런 소리 들으면 좋죠. '박중훈이란 이미지가 아직 안주해 있지 않구나'란 생각이 들게 돼 기분이 좋아요."

그랬다. 그의 슬하에는 두 딸과 한 명의 아들이 있다. 그리고 이번 영화에는 그의 막내딸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잠깐이지만 극중에서 그의 딸로 얼굴을 비쳤다. 한동안 사생활에 대해 공개를 꺼려하던 그였기에, 아니 누구나 자신의 가족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좋지만은 않을 것이기에, 그의 선택이 조금 의외로 다가왔다. 그는 "이제 나 혼자 안 되겠더라고. 혼자서는 안 되니 가족의 힘이라도 빌려야겠다 싶어 비굴한 상황을 만들었지"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 짓게 했다.

"내가 애가 셋인데요. 올해 16살 된 아들은 축구장에 같이 갔다가 사진에 찍혔고, 둘째는 농구장에 갔다가 기사화됐어요. 막내만 뭔가가 없었죠. 그래도 아빠가 우리나라에서 이름만 대면 아는 배우인데 특별한 추억이 없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시나리오상에도 딸 출연하는 장면도 있고 해서 감독에게 부탁했죠. 솔직히 연기란 것이 뭔지 모르는 애인데 어쨌든 좋아하더라고요."(웃음)

그는 세 아이 중에 막내딸이 연기자의 끼가 좀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그럼 혹시 배우가 되겠다고 하면 지원하겠나"라고 묻자 그는 웃음기를 빼고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배우가 되겠다고 한다면 시키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짚을 겁니다. 연기자와 운동선수는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특히 두 가지가 충족돼야 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그 중 하나는 태어난 소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하고 싶어해야 합니다. 둘 중 하나라도 빠지면 불행해져요. 생각해보세요. 하고 싶은데 소질이 없거나, 소질은 있지만 하기 싫으면 얼마나 불행하겠어요."

박중훈은 배우란 일을 직업으로 삼으려면 상처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자신의 능력과 하고자 하는 의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그런 면이 충족되는 여하에 따라 적극 만류, 또는 강한 후원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애가 셋인데 한 명쯤은 내 대를 이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는 속내를 밝히기도.

영화 '체포왕'은 그의 출세작인 '투캅스'를 떠올리게 한다. 고참 형사 안성기와 풋내기 형사 박중훈의 요절복통 수사기가 국민들의 배꼽사냥을 했던 이 영화는, 18년이 흐른 올해 박중훈이 세월의 흐름에 맞춰 고참으로, 후임으로는 '꿀성대'라 불리는 목소리 좋은 배우 이선균이 연기에 나섰다.

"올해로 26년째 연기를 하고 있는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안성기 선배 다음이 저라는 것입니다. 50대 후반인 안성기 선배와 40대 후반의 저 사이에 간극이 크다는 것이죠. 예를 들면 안성기 선배가 소장, 준장급인데 그 아래에 뚝 떨어져 소령 정도의 일을 제가 하는 셈이죠. 그런 면에서 이번에 이선균과의 작업이 의미가 있습니다."

그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하지만 그에게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었다. 박중훈은 어떤 선배로, 또 후배들과의 세대 차이는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였다. 그러자 그의 연륜이 묻어나는 답이 돌아왔다. "역시"라는 말이 자연스레 튀어나올 명답이었다.

"어렵거나 쉽지 않은 선배가 되는 것은 좋은데 불편한 선배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렵다는 것은 거리를 갖는 것이고, 불편한 선배가 되는 것은 경계를 한다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시쳇말로 헛소리를 많이 하죠. 하하."

그는 후배 때 말을 많이 하면 '재미있는 친구'라고 하지만 선배가 돼 말을 많이 하면 '말 많은 사람'이 된다면서, 그만큼 선배의 처신이 어렵고 힘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중훈 사단이라 할 정도로 그를 찾는 선배나, 따르는 후배들이 많은 것을 보면 그는 선배와 후배의 간극을 좁히며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훌륭히 해내는 것으로 보여졌다.

사실 박중훈 하면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가 코미디다. 그가 주는 유쾌함과 즐거움이 한때 충무로를 장악하던 시기가 꽤 오래 지속됐고, 그런 이미지는 그의 이름을 딴 '박중훈쇼'라는 토크쇼의 사회자로도 서게 했다. 이번 영화 '체포왕'은 그가 오랜만에 코미디란 옷을 제대로 입은 작품이라는 것에 영화팬들의 호응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예전 같았으면 더 오버하려 하고, 내가 웃겨야 한다는 것에 장면 장면을 휘어잡으려 했을 텐데 이번에는 소박하게 연기했어요. 그러다 보니 보기가 훨씬 편하더라고요. 이제 밸런스를 맞출 줄 알게 됐다고 할까요. 완급조절의 중요성을 확실히 느낀 작품입니다."

박중훈은 자신을 축구 경기의 후반 교체 공격수 정도나 2002 한일 월드컵 때의 리베로였던 홍명보, 또는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유상철 등의 포지션으로 불리길 바란다고 했다. 이제는 전면에 나서기보다 전체를 조율하고 지휘하는 역할이 자신의 몫이라면서 말이다.

"제가 요새 보면 1020세대들에게는 유명한 신인배우더라고요. '해운대'를 통해 저를 처음 본 관객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체포왕'은 유명한 신인배우 박중훈이 출연한 영화입니다. 새로운 박중훈의 연기를 재미있게 봐주세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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