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선과 악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인간의 이중성을 주제로 한다. 착하고 고상한 마음뿐 아니라 잔인하고 추악한 성질도 함께 지닌 내면적 모순을 이야기한다. 선과 악의 두 가지 성질을 분리하는 약을 개발한 지킬 박사는 악의 화신으로 바꾸는 약을 먹게 된다. 이후 그는 '지킬 박사'로서는 저지르지 못할 반사회적 행동을 하게 되고 악에 도취된다. 거듭된 약의 복용으로 악의 본능은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중독이 되고 친구의 앞에는 자살로 죽은 하이드의 시체만 남게 된다.

겉으로는 체면을 지켜야 하면서도 속으로는 욕정과 탐욕을 버리지 않는 마음은 소설이 발표된 19세기 후반 사람들의 특징만은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한 인간의 한계인지도 모른다. 선의 삶에 갇힌 사람들에게 악의 세계는 호기심과 동경의 대상일 수도 있다. 소설은 선과 악의 상반된 두 성질이 인간의 본성이자 불행의 근원이라는 말을 전해준다.

하룻밤 미화 3천 달러짜리 호화 침실에서 자던 국제 금융계의 거물 스트로스 칸 IMF 총재가 성폭행 혐의로 체포돼 잡범이 우글거리는 뉴욕의 악명 높은 구치소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조간신문에는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심리를 기다리는 그의 초라한 사진이 일제히 실렸다. 그는 부자이자 프랑스의 유력한 정치인이다. 내년 봄 프랑스 대선에 출마하면 어떤 대결 구도에서도 압승한다는 여론조사 결과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을 보는 미국과 프랑스의 시각과 평가는 엇갈린다. 평등의 나라 미국과 공권력의 상징 미국 경찰에 박수를 보내는 미국 사람들은 그의 체포를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수갑 찬 그의 모습을 바라보는 프랑스 사람들의 마음은 불편하다. 경찰의 체포와 호송 과정의 공개를 두고 야만적 폭력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음모설도 나온다. 순간적 욕정을 이겨내지 못하는 증세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그 정도 지위의 사람이 그런 바보짓을 저질렀을까 믿기 어렵다는 이도 있다.

내면에 공존하는 선과 악처럼 어떤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도 전혀 다른 모양이다. 문화와 풍습의 차이일 수도 있고 사회 구조가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평가가 어떻든 이번 사건은 사람의 마음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 부자나 권력가도 어처구니없는 바보짓을 저지를 수 있는 모양이다.

서영관 논설주간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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