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도심 골목투어' 명품 볼거리 자리 잡았다

1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산동 3'1만세운동길,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 앞에서 30여 명이 묵념을 올리고 있었다. 이들은 대구 중구청이 주관하는 '함께하는 도심문화탐방 골목투어'의 참가자들이다. 중학생부터 30대 교사, 초등학생 자녀 손을 잡고 온 40대 주부 등 다양한 연령층이 참가했다. 묵념이 끝나자 인솔을 맡은 문화관광해설사가 "그 당시 모습을 재현해보자"며 큰소리로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쑥스러워하며 잠시 머뭇거리던 탐방객들도 일제히 두 손을 들어 만세를 외쳤다. 탐방객들의 발길은 이상화 고택 앞에서 다시 멈췄다.

문화관광해설사 이영숙(48'여) 씨가 시비(詩碑) 앞에 쪼그려 앉은 초등학생들에게 이상화 시인의 대표작인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큰소리로 낭송해보라고 권했다. 또박또박 시를 읽어 내려가던 학생들은 '나비, 제비야 깝치지마라'라는 대목에서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깝치지마라'가 무슨 뜻일까요?" 이 씨가 즉석 퀴즈를 내자 여기저기서 "'까불지마라'는 뜻 아니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씨는 "틀렸어요. '재촉하지 마라'는 뜻이에요"라고 웃으며 설명했다.

이날 골목 투어는 선교사 주택과 동산의료박물관, 계산천주교회, 이상화 고택 등을 거쳐 종로, 약령시, 진골목 등으로 이어졌다. 탐방객들은 옛 정취가 남아있는 골목 주변을 꼼꼼하게 둘러봤고, 고풍스러운 돌담과 건물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박정식(22'경북대 3년) 씨는 "외국인 친구가 대구에 왔을 때 마땅히 자랑할 명소가 없어 고민했는데 대구 도심에 이렇게 명소가 많은지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대구의 근대 역사가 살아있는 도심 골목이 대구 관광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활기가 돌고 있다. 탐방객들은 골목투어가 학생들의 체험학습이나 가족 나들이뿐만 아니라 외지 관광객들에게 대구를 알리는 데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구청에 따르면 골목투어를 찾는 관광객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 연 40회에 불과했던 골목투어는 2009년 149회, 2010년 294회로 2년 만에 7배 이상 급증했다. 탐방객 수도 2008년 150명에서 지난해에는 6천859명으로 45배나 증가했고 올해 탐방객 수도 벌써 19일 현재 5천526명을 기록해 연말에는 1만 명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인기 비결은 단순히 골목을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 홍덕(51'수성구 황금동) 씨는 "대구에 평생 살았지만 처음 본 장소들이 적잖다"며 "관광자원이 거창한 것만이 아니라 삶의 단편도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학생들의 체험학습 장소나 근대 문화재 학습 자료로도 인기가 높다. 중학교 교사 인태경(40) 씨는 "서상돈, 이상화 등 교과서에 나오는 인물이 대구 사람인 줄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 골목투어를 하면 살아있는 역사를 보여줄 수 있다"고 흡족해했다.

최근 TV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강호동의 '1박2일'에 소개되면서 서울이나 부산 등 외지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난 점도 특징이다. 문화관광해설사 김경화(51'여) 씨는 "거제 한려수도에서 대구 근대골목을 거쳐 돌아가는 여행코스가 생기면서 단체로 대구를 찾는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며 "관광객들은 선교사 주택이나 진골목 등 옛 모습이 남아있는 골목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한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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