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0일 오전 대구지방법원 신관 경매장.
벽면에 내걸린 가로 세로 2m 남짓한 대형 입찰 사건 목록 게시판에 20여 개의 시선이 꽂혔다. 둘둘 만 서류 뭉치를 탁탁 치는 백발의 노인에서부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파마머리 아줌마까지, 하나같이 경매 목록을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물건도 다양했다. 임야, 나대지, 아파트 등 50여 종의 물건이 게시판을 도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중에서 유독 많은 시선을 받는 물건은 중소형 아파트.
경매로 나온 대구와 경북 소재 20~30평대 아파트에는 10여 명 이상씩 입찰자가 몰렸다.
이사할 아파트를 구하기 위해 경매장을 찾았다는 이영진(38) 씨는 "중소형 아파트는 최고 20~30명까지 입찰자가 몰린다"며 "지난번에도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을 적어냈지만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날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물건은 수성구 노변동 소재 30평형 다세대 주택으로 17명의 입찰자가 몰렸으며 낙찰가는 감정가의 98% 선인 1억2천200만원이었다. 또 수성구 범어동 30평형 아파트는 감정가(2억1천500만원)보다 많은 2억2천300만원에 낙찰됐다.
아파트를 장만하기 위해 법원 경매장을 찾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세금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데다 중소형 아파트는 전세나 매매 모두 적당한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여기에 '경매'는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오랜 인식이 작용하면서 경매 인기를 더하고 있다.
지지경매(www.ggi.co.kr)에 따르면 지난달 85㎡ 미만 아파트 평균 응찰자 수는 9.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8명에 비해 2.6명이나 늘었고 낙찰률도 63.9%로(지난해 48.3%) 크게 올랐다.
경매가 진행된 85㎡ 미만 아파트 10건 중 6건이 낙찰된 것을 의미하며 이는 거래량 증가를 뜻한다.
특히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은 96.8%로 무려 13%나 뛰었다.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상승한 때문으로 감정가를 20% 초과해 낙찰되는 아파트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실제 지난달 22일 수성구 범물동의 전용면적 41.9㎡ 소형 아파트의 경우 감정가는 5천500만원이었으나 낙찰가는 7천11만원으로 127%의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달 6일 경락된 달서구 용산동의 전용면적 60㎡ 아파트도 감정가(1억200만원) 대비 121%(1억2천234만원)의 낙찰가율을 보였으며 응찰자도 62명이나 몰렸다.
하지만 '이상 과열' 현상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
물건에 대한 권리 관계 파악 등 정확한 정보 분석이 필요하고 싼값에 경매를 받게 해주겠다며 수수료만 받아 챙기는 '중개사'들도 속출하고 있는 탓이다.
리빙경매 하갑용 대표는 "전세금이 뛰면서 경매장을 찾는 서민들의 발길이 늘고 있지만 경매장 분위기에 빠져 높은 가격을 써내거나 임차 관계 등의 확인이 안 돼 낙찰 뒤 애를 먹는 경우도 있다"며 "일반 매매보다 더욱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대구 부동산 시장의 전세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매매가 대비 전세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국민은행의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대구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는 4월 70.5%를 기록, 2003년 10월 이후 8년 만에 70%를 넘어섰고 올 들어 지난달까지 지역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은 6.2%로 단기 상승폭으로는 2002년 이후 최고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글'사진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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