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년된 시설서 아직도 떨며 연습" "시립무용단 代母 뜨끔한 쓴소리

81년 설립 주도자 김기전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 및 상임안무가를 역임한 무용계 대모 김기전 씨는 대구시립무용단에 대한 적극적 지원과 함께 단원들도 스스로 채찍질을 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 및 상임안무가를 역임한 무용계 대모 김기전 씨는 대구시립무용단에 대한 적극적 지원과 함께 단원들도 스스로 채찍질을 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구시립무용단 창단 30주년을 맞아 대구무용계 '대모' 김기전 씨가 대구시립무용단에 대해 따끔한 질책과 격려를 밝혔다. 김 씨는 1981년 대구시립 현대무용단 설립을 주도했고, 설립내규와 조례 마련은 물론, 당시 무용과가 없던 지역 대학의 척박한 현실 속에서 대구시립무용단을 구성하고 개척한 사람으로, 1989년까지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 및 상임안무가를 역임했다.

◆ "열악한 환경 아쉬움 크다"

"전국의 시립무용단이 모두 한국무용을 표방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가 현대무용단을 설립, 발전시켜온 것은 대단한 성과입니다. 그러나 오랜 역사에 비해 성과보다 아쉬움이 많아 보입니다."

김 대구시립무용단 초대감독은 시립무용단 창단 30주년을 맞아 시립무용단 연습장을 방문해 단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연습공간도 둘러본 뒤'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지은 지 20년이 지나 낙후됐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시립무용단의 연습공간은 열악합니다. 연습실은 달랑 하나뿐이어서 개인 연습 혹은 그룹별 연습이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이지요. 게다가 냉'온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겨울에는 추위에, 여름에는 더위에 시달려야 하는 모습이 안쓰러워요. 몸으로 하는 예술인데, 너무 춥거나 더우면 사람이 다치기 십상입니다."

김 씨는 "창단 3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공연 때 쓴 의상을 보관할 시설도, 간단한 미술품이나 소품 보관실도, 무용단의 역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자료실도 없다"며 상임안무자를 위한 별도의 연구실도 없고, 무용수들의 휴게실도 열악하기 그지없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30년을 맞은 시립무용단의 공간이 마치 보따리장수가 잠시 머물다가 떠날 방처럼 보인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씨는 "무용단의 실력향상을 위해서는 자기 연습이 끝났다고 훌쩍 떠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연습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는 여유도 있어야 하고, 때로는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며 책을 읽을 공간도 필요하다"며 공간 쇄신을 당부했다.

◆ 책임감 갖고 스스로 채찍질을

무용계 원로인 김 씨는 단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연습에 임할 것을 주문했다. 매년 대학에서 쏟아져 나오는 많은 후배들에게 대구시립무용단원은 선망의 대상이며,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춤을 출 수 있다는 점을 지상 최대의 행복으로 알라는 말이었다.

"대구시립무용단은 춤으로 시민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공무원이지요. 책임감을 갖고 스스로 단련해야 합니다. 훈련과 연구를 통해 몸을 만들고 아름다운 춤을 보여주는 것은 시립무용단원의 본분이지요. 건강하고 건전한 춤을 추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국가예산으로 열리는 무대공연이지만 자신의 돈을 투입한 공연으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김 씨는 무용행위 그 자체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무용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공연장으로 관객을 모셔오는 일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시립무용단원의 춤은 무용단원들 개인의 장기자랑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것임을 잊지 말라는 당부였다.

그녀는 "시립무용단 공연의 주요 관객은 중고교생과 대학생들이다. 그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는 태도를 공연작품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도 항상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30년 역사를 가진 대구시립무용단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량 향상을 위한 평가작업이 수시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신입단원들의 육성과 영입도 중요하지만 10년 넘은 장기 근무자들이 실력향상에 매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대구문화예술회관의 '찾아가는 공연'에 대해서는 비판적 의견을 냈다.

"대구시립무용단은 직업예술단체입니다. 찾아가는 공연은 시립예술단이 할 일이 아니라 무용가협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대구시립무용단은 그 이름에 걸맞게 예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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