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같다고들 한다.
건축은 삶을 담는 용기이자 터전으로서 인류와 불가분의 관계로 공존해온 것이다.
잘 보존된 건축물은 그 시대의 문화를 상징하고 그 시대 사람들의 행동 양식과 생활의 단면을 보여주는 보물덩어리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근대사에서는 '달구벌'이라는 부족국가로부터 출발하여 인구 250만의 거대 도시가 된 대구를 '보수적 성향의 도시'로 부르고 있다.
대구의 '보수적 도시성향'은 지역민들의 성정(性情)과 기질, 지역 출신 정치가들의 성향뿐 아니라 대구와 연관된 대부분의 분야에서 그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우리 스스로도 보수적임을 자처해온 게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대구는 경주 중심의 불교문화권과 안동 중심의 유교문화권의 중간 위치에서 상호대립했던 두 문화를 적절히 수용하며 통합하여 오히려 두 문화권을 모두 거느리는 중심 도시 역할을 하였다. 이는 새로운 문화를 수용하고 적응하는 커다란 포용력을 갖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어 지금까지의 '보수적 성향의 도시'라는 표현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변화에 앞장서지도 않았으며, 실리보다는 체면을 중시하였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였던 우리 대구의 역사적 기질은 결코 보수적이 아닌 중용의 덕과 절제된 모습으로 우리 민족을 단결시키는 중심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가진 우리 대구는 십수 년 전부터 패션 도시에 이어 컬러풀 도시라는 슬로건으로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여 도시 변화에 매진하고 있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2'28기념공원, 경상감영공원, 두류공원, 약령시, 동성로 등의 도심 시설과 각 구별로 문화예술회관, 학생회관, 도서관 등의 교육문화시설, 오페라하우스, 대구스타디움, 대구국립미술관 등 기념비적인 시설과 함께 도시전반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또한 다른 한쪽에서는 새로운 주거형태인 주상복합아파트와 함께 재개발, 재건축으로 인해 주요 요지마다 고층 아파트들로 채워지고 있기도 있다.
그러나 이미 세계 10대 도시의 하나인 수도 서울, 뉴욕의 맨해튼을 연상시키는 미래도시 '센텀시티' 등을 통해 부동의 위치를 굳히고 있는 부산, 세계 최고의 공항과 함께 영종, 송도, 청라 등의 미래도시를 조성중인 인천, 과학벨트와 더불어 행정수도의 중심이 될 대전, 세계적인 거대 기업군들과 동반성장 중인 울산, 그 외에도 사활을 걸고 변화와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타도시들에 비해 우리 대구의 모습은 어딘가 무력하고 빈약한 모양새다.
도전적이고 적극적이지 못했던 문화적 성향 때문에 급변하는 패러다임과 성장의 물결을 놓치게 되었으며, 그 결과 이제는 우리나라 제3의 도시가 아닌 제4, 5, 6의 도시조차도 위협받는 불안한 처지가 된 것이다.
시민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다양하고 개성 있는 도시 모습이 절실하다. 수많은 위원회를 거치는 동안 독창적인 설계안이 보편적인 모습으로 주저않고, 포퓰리즘적인 각종 '방침'들과 지나친 공공성의 강조, 급기야 발생하지도 않은 민원을 우려해 지어지지도 못한 채 심판 아닌 심판을 받아야 하는 게 도시 발전의 최첨병 역할을 해야 할 우리 대구 건축의 현주소일 것이다.
도시의 이미지는 건축물에서부터 시작된다. 지금은 커다란 변화의 시도가 진정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더 이상 '보수성향의 도시'가 아닌 '절제와 중용을 겸비한 진보도시'로서 지역 문화의 정체성과 특성이 반영된 대구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들이 하나둘 들어서고 거기에 어울리는 미래 비전들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대구는 더 이상 '보수'가 아닌 무엇이라도 수용할 수 있는 '진보'가 되어야 한다.
건축사사무소 원형건축 대표건축사 조영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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