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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철옹성 영남' 정치지형 흔들리나

한나라당의 철옹성이었던 영남지역의 정치지형이 흔들리고 있다. 변화의 진원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이다. 현재 친노 성향의 인사들이 앞다퉈 총선 공천 경쟁에 뛰어들 정도로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와 최근 가덕도 신공항 건설 무산과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변화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 내 계파 갈등과 지역경제 악화, 지역발전에 대한 소외감 등도 노 전 대통령이 내세웠던 지역구도 타파와 지방균형 정책에 대한 향수를 자극해 영남 지역 민심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노 전 대통령 서거 2주기인 이달 23일 봉하에서 권양숙 여사,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등 친노 세력 핵심 인사들이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부산'경남이 변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최소한 민주당이 10석은 확보할 것이다"는 전망을 내놨다. 대다수 참석자들도 "10∼15석 확보는 무난할 것"이라고 동의했다고 한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도 이달 18일 매일신문 정치아카데미 특강에서 "부산지역에서 내년 총선에서 당선이 확실한 현역 의원은 두 명 정도"라며 부산지역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했다.

부산의 달라진 민심을 반영하듯 친노 인사를 중심으로 과거 정권의 유력 인사들이 속속 출마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후보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해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경남도 지난해 양산과 올해 김해을 재보선에서 야권 후보가 석패한 결과가 말해주듯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이 같은 부산발 변화의 바람이 대구경북에까지 불지 지역 정치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대구'경북도 부산'경남보다는 어렵지만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

친노 인사를 포함해 과거 어느 때보다 출마를 희망하는 야권인사들이 늘고 있다. 남칠우 21세기생활정치연구소 소장, 노무현 정권시절 전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을 지낸 김준곤 변호사, 임대윤 전 동구청장, 그리고 이승천 전 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과 김희섭 현 위원장 등 중량급 인사들이 내년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현재 남 소장은 수성을, 김 변호사는 달서갑, 이 전 위원장은 동을, 김 현 위원장은 수성갑을 각각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성 민주당 대구시당 공보실장은 "내년 총선에서 대구지역 한두 곳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며 "야권연대가 상당한 폭발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상황에 따라서 목표를 상향 조정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산발 바람이 대구경북에 상륙하기는 이르다는 상반된 전망도 여전하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들은 "내년은 총선과 대선이 함께 치러지는데다 대구'경북은 박근혜 카드 외에는 마땅히 선택할 카드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박근혜 마케팅을 앞세운 한나라당 우세가 점쳐진다"고 분석하고 있다. 변화가 있다면 총선에서 친한나라 무소속의 선전 정도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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