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실된 금호강 팔현마을 징검다리 재설치 논란

주민들 "소음·환경훼손 철거를" 대구시 "준비한 돌 남아 재시공\

금호강에 웬 돌무더기? 대구시 동구 방촌동과 수성구 고모역 팔현마을을 잇는
금호강에 웬 돌무더기? 대구시 동구 방촌동과 수성구 고모역 팔현마을을 잇는 '금호강 징검다리'가 완공을 앞두고 지난 집중호우 물살에 떠밀려 유실돼 공사관계자들이 철거한 대형 석재를 군데군데 쌓아놓고 있다. 금호강 징검다리의 적절성 논란속에 대구시 건설본부 측은 설계상의 문제점을 검토해 재설치키로 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수십 년 동안 토목공사를 관리해 온 공무원들이 강수대비도 하지 않았습니까?"

대구시 건설관리본부가 대구 동구 방촌동 금호강에 건설 중이던'팔현지구 징검다리'가 최근 내린 비로 일부가 유실되자 재시공 방침을 밝혔다. 이 다리는 동구 방촌동 강촌우방아파트 뒤편 금호강(157m)을 가로 질러 수성구 팔현지구를 잇는 징검다리다.

하지만 주민들은 "예산 낭비에다 재시공 방식이 환경을 파괴하고, 주민들이 소음 공해에 노출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7일 건설관리본부와 동구청에 따르면 주민들은 동구 방촌동과 수성구 팔현지구를 잇는 자전거도로 건설을 꾸준히 요구했고, 금호강 정비 사업을 추진 중인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7억원을 배정, 대구시 건설관리본부에 징검다리 설치를 승인했다.

건설관리본부는 이 구간에 높이 50cm의 돌 둑을 쌓은 후 30cm 간격으로 120cm의 높이에, 60cm(가로)×70cm(세로) 대리석을 4열로 배치한 뒤 높이 50cm의 돌을 다시 쌓아 디딤돌인 대리석 받침석으로 사용했다.

이에 동구청과 주민들은 "비가 많이 오면 물살에 돌이 떠내려갈 우려가 있다"고 반대했지만 건설관리본부는 공사를 강행했다. 하지만 이달 10일 61.5㎜, 11일 54㎜의 비가 내리자 징검다리 일부가 유실됐고, 이 과정에서 물과 돌의 마찰로 소음이 심하게 발생했다.

이 때문에 징검다리와 가장 인접한 강촌마을 114동 주민들은 "비가 오는 밤엔 시끄러워 잠을 잘 수가 없다. 돈만 낭비하고, 징검다리가 떠내려가는 이런 공사를 왜 강행했느냐"며 분개했다.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건설관리본부는 18일부터 25일까지 대리석과 돌을 모두 철거했다. 그러면서 같은 위치에 강바닥의 바위를 깊이 60cm가량 뚫고 대리석을 고정한 뒤 시멘트로 보강하는 재시공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은 "강바닥 돌을 뚫고, 시멘트를 사용하는 것은 환경을 파괴하는 것으로 금호강 정비사업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재만 동구청장은 "유실 가능성이 예고됐음에도 공사를 강행한 처사를 이해하기 어렵다. 예산도 거의 다 사용해 재시공 예산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재시공 후 장마철까지 문제가 없어야 하고,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건설관리본부가 모두 철거해야 한다는 각서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설관리본부 관계자는 "유실 가능성을 의심했지만 설계자가 과학적으로 문제없다며 워낙 강하게 의견을 제시하는 바람에 그대로 시공했다"며 "예산으로 마련한 대리석과 돌이 그대로 남아 있어 현재는 재시공 예산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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