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왔을 때 내 딸의 남편은 좋은 사람이었어요. 사위의 처벌을 원치 않습니다."
이달 24일 한국인 남편의 흉기에 찔려 숨진 베트남 아내 황모(23) 씨 사건의 어머니 응엔 티 호아(56) 씨가 26일 입국, 딸을 잃은 엄마의 슬픔에 힘겨워하면서도 사위를 걱정하는 마음을 드러내 주변을 숙연하게 했다.
황 씨의 이모와 입국한 응엔 티 호아 씨는 이날 청도경찰서 면담장에서 "내 딸이 사위와 잘 지낸다고 (사망하기) 이틀 전에도 전화가 왔었다. 사위가 밉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 풍습에 따라 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사위가 지켜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없는지 경찰에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숨진 딸과 시어머니의 불화 부분에 대해서는 "날씨와 건강상태 문제에다 두 나라의 문화적 차이가 있었다. 잘 설득하고 이해하도록 인내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며 "내 딸에게 못해준 부분은 다른 사람에게 잘해줬으면 한다"고 말해 듣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경찰관계자는 "죄지은 사람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관대함'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 용기가 대단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응엔 티 호아 씨는 이날 오전 맨 처음 빈소에 도착해 자신이 가톨릭 신자임을 밝혀 빈소를 가톨릭식으로 변경했다. 오후 청도 풍각면 임시 위탁보호소에 맡겨진 손자를 만나러 간 그는 핏줄을 보자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녀는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한국의 다른 베트남 여성에 대해 더 많은 신경과 관심을 부탁한다"며 울먹였다.
응엔 티 호아 씨와 동행한 황 수언 하이 베트남 부대사는 "한국에서 잇따라 사건이 발생해 본국에서 염려와 고민이 많다. 계속 이런 일이 발생하면 두 나라 모두 힘들게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베트남에서 한국의 부정적 이미지가 퍼질까 걱정된다"며 "한국정부가 나서 예방대책과 교육을 통해 이주여성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부대사는 지난해 부산 사건 때와는 달리 베트남 언론은 현재까지 보도수위를 자제하며 수습방향을 지켜보고 있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숨진 황 씨의 장례는 27일 가톨릭식으로 진행됐으며, 화장 후 유해는 베트남으로 가져간다. 청도군은 조의금과 성금 등을 모아 전달했으며, 응엔 티 호아 씨는 28일 출국한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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