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승부 조작 파문이 검찰 조사에 이어 선수 자살 등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한국 축구계가 쑥대밭이 됐다. 프로축구 구단마다 선수 면담을 실시하는가 하면 선수들 사이에도 불신이 쌓여 서로 접촉을 꺼릴 정도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30일 오후 정몽규 총재가 직접 나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31일부터 이틀간 강원도에서 승부 조작 재발 방지와 신뢰 회복을 위한 16개 구단 선수, 코칭스태프, 사무국 임직원 등 전원이 참석하는 '2011 K리그 워크숍'을 열기로 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승부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던 선수가 자살하면서 더 큰 충격에 빠졌다.
30일 오후 K리그 출신의 정종관(30)이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 객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숨진 정 씨 옆에서 그가 쓴 것으로 보이는 A4용지 한 장과 호텔 메모지 5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는데, 유서에는 현재 승부조작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선수 2명을 언급하며 "모두 내 친구인데 이들이 내 이름을 아직 진술하지 않은 것은 의리 때문이다. 모두 내 책임이고 내가 시킨 거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정 씨는 2007년까지 K리그 전북 현대에서 미드필더로 뛰며 그해 전북의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지만 병역법 위반으로 실형을 살면서 임의 탈퇴 형식으로 방출됐고, 출소한 뒤 지난해 1월부터 송파구청 공익요원으로 근무하며 3부 리그 격인 챌린저스리그 서울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선수 생활을 해 왔다. 정 씨는 브로커와 선수들을 연결해 준 혐의로 체포 영장이 발부됐으나 잠적한 상태였다.
정 씨의 자살로 유서와 정 씨 주변 인물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고, 현재 승부 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브로커 2명과 대전 및 광주FC 소속 선수 5명 등을 통해 보강 수사가 이어지면 선수들이 줄줄이 소환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K리그 '몰락'까지 우려되고 있다. 또 지난 6일 자살한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윤기원(24)의 자살 원인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승부 조작 사태가 선수 자살 등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치닫자 축구계는 큰 충격에 빠지면서 재발 방지는 물론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 있는 대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프로축구단 코칭스태프 한 관계자는 "승부 조작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한국 프로축구의 위기"라며 "이번 기회에 환부를 도래내고 새 출발해야 하겠지만 승부 조작에 가담한 선수 한 명 한 명에 대한 수사를 하면 끝도 없고 한국 프로축구가 무너지는 만큼 승부 조작의 주도 선수들을 찾아 몸통을 잘라내는 방법으로 승부 조작을 근절하고 한국 축구도 살리는 방법을 택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박경훈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은 "승부 조작에 연루된 선수 가운데 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선수가 나올 수 있는 만큼 혐의를 받고 있는 일부 선수들의 잘못된 선택을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고 걱정했다.
대구FC는 자체 선수단 조사를 벌여 승부 조작에 가담한 선수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영진 대구FC 감독은 "선수단 내부 미팅, 외부 정보 등을 통해 승부 조작 가담 여부를 조사했지만 아직까지 밝혀진 게 없다. 그래도 서로 믿을 수 없고 믿기 힘든 상황까지 와 괴롭다"며 "토토 등 불법 사이트와 돈이 오가는 게임을 못하게 하기 위해 올해부터 PC방에 가는 선수에게 벌금 1천만원을 부과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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