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귀가하기 위해 야간열차에 몸을 싣고 이제 조금 쉬어야지 하고 눈을 감자마자 들려오는 옆좌석의 전화통화 소리에 나도 모르게 통화 내용을 듣게 되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40대 중반쯤 돼 보이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허탈한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통화를 하고 있었다. 통화의 상대자는 남편인 것 같다.
"당신이 지금까지 나와 살면서 내게 해준 것이 뭐야. 내가 어떤 일이 있어도 참을 수 있고 견딜 수 있는데 이번 일만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내가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지 알 수가 없어. 왜 당신과 살아야 되는지 언제까지 살아야 되는지 모르겠어. 이제는 그만해야 될 것 같다."
이렇게 말한 뒤 한참을 여인은 아무 말 없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얼마 후 여인은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금까지 내게 좋은 선물 하나 옷 한 벌 선물하지 않아도 참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더 이상 당신과 사는 것은 무의미한 것 같아. 내가 당신 옆에 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어, 이제 다시는 당신과 함께 살지 않을 거야"
한참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여인은 조용히 전화를 끊었다. 무엇이 이들 부부 사이를 이처럼 단절시키고 있는 것일까?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며 살아갈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의 전달방식과 이해방식에 대한 일치이다. 서로의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두 사람만의 사랑의 언어가 필요한 것이다.
게리 채프먼은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라는 책을 통해 남편과 아내가 서로에게 더욱 사랑받는 존재로 소중한 가치를 느끼며 오해 없이 편견 없이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다섯 가지는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봉사, 스킨십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사랑의 언어를 발견하는 세 가지 방법으로 첫째, 배우자가 당신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것은 무엇인가? 그와 정반대되는 것이 바로 당신의 사랑의 언어일 수 있다. 둘째, 당신이 배우자에게 가장 많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당신이 사랑을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일 수 있다. 셋째, 당신은 배우자에게 어떻게 사랑을 표현하는가? 그것이 바로 당신이 사랑을 느끼는 것일 수 있다 라고 쓰고 있다.
단절된 부부가 이와 같은 사랑의 언어를 미리 알고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처절한 통화는 하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이번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사랑의 언어를 나누는 부부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아내의 눈이 점점 희미해지다 급기야 시력을 잃게 되었다. 시각 장애인이 된 아내에게 직장생활이 허용되어 혼자 출근하게 되었다.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출근하는 버스기사가 여인에게 이야기했다. 당신은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당신이 처음 이 버스를 탈 때 같이 손을 잡고 타신 분이 남편이시죠. 당신이 버스에 타는 것을 보고 잘 다녀오라고 인사한 뒤 그분은 바로 버스를 타십니다. 혹시나 아내가 불편해할까 이야기하지 않고 몰래 버스를 타시는 것 같습니다. 그분은 매일같이 혹시나 당신이 넘어지지 않을까, 다른 곳에 내리지는 않을까 숨어서 지켜보고 계십니다. 또한 당신이 버스에 내려서도 길을 잘 건너는지 버스 안에서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더라고요. 당신 부부는 너무나 잘 어울리는 한 쌍입니다. 보지 못하지만 보는 것 이상으로, 나누지 못하지만 나누는 것 이상으로 서로의 사랑을 전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내는 버스기사의 부럽다는 목소리에 기쁨의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다음날부터 아내는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버스를 타고 길을 건넌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항상 자신의 곁에는 "여기 앉아, 여기서 내려야지, 이 길로 건너면 되지"라고 속삭이는 남편의 사랑스러운 목소리가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들의 아내와 남편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무슨 고민을 할까요, 어떤 행복을 누리고 있을까요. 하나의 마음으로 하나의 사랑으로 문자 한 번 보내보세요. 서로에게 느꼈던 첫사랑의 두근거림이 사랑의 언어로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한철(한국헤티연구소장·유아교육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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