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구명 로비 의혹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민주당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전 정권과 현 정권의 대결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진실 공방이 어느 쪽에 유리하게 결론나든 후유증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31일 민주당의 전남 목포 출신 의원이 목포에 있는 보해저축은행 퇴출을 막기 위해 청와대에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목포가 지역구로, 민주당 저축은행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은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정조준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작년 11월 민주당 관계자로부터 '지역 민원'이라며 보해저축은행에 대한 선처를 요구하는 서류가 전달된 적이 있다"며 "경제수석실에 문의한 결과 예외를 둘 수 없다는 답변을 듣고 청탁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서류에는 보해저축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증자할 능력이 없어 BIS 적용을 완화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나아가 저축은행 부실이 전 정권에서 시작된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엔 과거부터 이어진 '부실의 카르텔'이 관련돼 있다. 그들이 저축은행 문제에 메스를 들이댄 청와대, 감사원에 전방위 로비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2000년대 초기부터 보면 일정 부분까지는 성공한 로비였지만 현 정부에선 실패한 로비가 됐다. 현 정부에서 로비가 성공했으면 저축은행이 퇴출됐겠느냐"고 강조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상호신용금고를 저축은행으로 허가해 주고 노무현 정부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규제를 풀어준 것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정 지역(호남)'고교(광주일고) 학맥으로 얽힌 저축은행 대주주들과 당시 여권 인사들이 커넥션을 형성했다는 우회 공격인 셈이다.
청와대가 강경 대응으로 선회하자 민주당도 발끈했다. 청와대 정진석 정무수석, 권재진 민정수석에 이어 김두우 청와대 기획관리실장까지 거론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해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해 김석동 금융위원장에게 전화로 문의한 적이 있을 뿐 청와대에 전화 한 번 안했다. 문건이 있다면 청와대는 공개하라"며 정면 부인했다. 또 "제가 감옥에서 4년을 산 사람이고 머리가 있다. 청와대가 공갈을 친다고 넘어갈 내가 아니다"며 "청와대가 자기들 살려고 이런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고위 인사들에 대한 압박도 이어갔다. 그는 "정 정무수석은 구속된 삼화저축은행 신삼길 명예회장과 막역한 관계"라며 "(천안)W골프장과 강남 한정식집에 가면 기록이 다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연광 정무1비서관과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면서는 "나에게 말조심하라고 했는데 청와대부터 조심해야 한다. 청와대가 나와 한 번 해보자는 것이냐"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와 관련, 민주당 조영택 의원은 김 실장을 거명하며 "포스텍의 부산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역할을 한 의혹이 있는 로비스트 박 씨와 각별하다고 들었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박선숙 의원도 "실명을 거론하며 겁을 주려나 본데, 누가 두려운지 두고 보자"고 공세에 나섰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대꾸할 가치가 없다. 정치적 공작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 이재오 특임장관은 1일 "전 정권이나 현 정권 어느 쪽에 더 책임이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부실이 이뤄지기까지의 책임, 부실을 묵인한 책임을 공정하게 물으면 된다"면서도 "저축은행 사건이 이뤄지고 부패가 저질러지는 과정이 지난 정부와 밀접하므로 지난 정부 관계자들의 법적, 도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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