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이 아포리아 법정에 기소됐다면? 하느님의 죄목은 인류를 고통과 불행에 빠뜨린 부조리와 거짓 약속이다. 이처럼 파격적인 설정으로 시작을 알리는 이 책은 이 전대미문의 소송이 열리는 아포리아 법정에서 열리는 공방을 다루고 있다. 하느님을 옹호하는 증인은 예수, 베드로, 사도바울, 성모 마리아 등이며 소송의 원고인 '프라쥬나'라는 여인의 옹호인들은 아리스토텔레스, 릴케, 니체, 여성신학자 등의 철학자와 시인들이다. 배심원들은 세계의 현인들인 소크라테스, 붓다, 노자, 장자로 구성됐다. 이처럼 신학과 철학, 영성에 관한 모든 담론을 한자리에서 맞부딪침으로써 독자들은 차츰 새로운 눈을 뜨고 제3의 이브를 발견한다. 저자에 따르면 제1의 이브는 하느님에게 반항하며 자유의지를 선언한 에덴정원의 이브, 제2의 이브는 다시 하느님께 절대 복종함으로써 영적 순결성을 회복한 성모 마리아, 제3의 이브는 하느님의 수수께끼를 풀어낸 영혼이다. 이 책은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학자인 저자가 '진리'라는 인류사 최대의 주제를 시인이자 극작가의 솜씨로 풀어냈다. 피고에 대한 평결과 제3의 이브의 복음으로 끝을 맺는 이 책은 철학, 무신론, 여성해방론 등의 사상을 포괄하고 있으며 참된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에 대한 상상 가능한 대화를 들려준다. 456쪽, 1만5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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