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반값 등록금'말장난은 이제 그만!

대학생들이 성난 얼굴로 돌아보고 있다. '미친 등록금'이라고 불리는 비싼 등록금 때문이다. 지난 5월 1일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소속 대학생 300여 명이 등록금 문제와 취업난 해결을 요구하며 집단 삭발한 것을 시작으로 반값 등록금 집회가 열흘째 열렸다.

80%에 이르는 대학 진학률, 대학 졸업생의 평균 부채 1천125만 원. 생계와 취업난 등의 이유로 연간 230명의 대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있다. 비싼 등록금 구조는 경제적 양극화 심화, 취업난 등과 함께 대학생과 서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대학알리미'에 공개된 4년제 일반대학 191곳의 등록금을 보면,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768만6천 원, 국'공립대는 443만 원에 달했으며 연간 등록금이 800만 원 이상인 대학이 50곳으로 지난해보다 16곳 늘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2005~2010년 교육비 상승률은 22.8%를 기록했다. 이 기간 물가상승률은 16.1%. 즉, 대학등록금 상승률은 물가 상승률의 거의 2배에 이른다.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OECD 국가 중 미국 다음으로 비싸다. OECD가 발표한 'Educa tion at a glance 2010'(2007년 집계 기준)에 따르면 한국 대학의 등록금은 취합 가능한 OECD 17개국 중 두 번째로 비싸다.

비싼 등록금은 서민들의 삶을 짓누르고 있다. 자녀 1, 2명을 대학에 보내면 노후생활이 막막해진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50%가 한 해 동안 가족들이 번 소득의 5분의 1 이상을, 90%가 10분의 1 이상을 자녀 1명의 대학 등록금에만 써야 한다. 전체 가구의 평균 연간 소득은 4천629만1천512원으로 여기에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6.6%나 된다.

대학생들이 학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최저임금은 1시간에 4천320원. 하루 4시간을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한 달에 25일을 쉬지 않고 일해 벌 수 있는 돈은 43만 원 정도이다. 이렇게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년 동안 모아도 500만 원 안팎이다. 대학생 '알바'의 실상은 눈물겹다. 생산직, 판매직, 보험영업, 대리운전은 물론 유흥업소 등 모든 직종을 망라하고 있다. 수업이 끝나면 곧장 일터로 뛰어가야 하고, 일 때문에 수업을 빼먹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한다. 한국의 대학생은 학생이라기보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가깝다.

한정된 성적 우수 장학금을 놓고 벌이는 경쟁 또한 살벌하다. 예전엔 친구들에게 노트를 빌려주거나 시험정보를 알려주는 미덕이 있었지만, 요즘엔 '절친'이 아니고서는 그런 배려를 기대하는 것조차 힘들다고 한다. 교수들은 기말고사를 치르고 나면 1, 2점 올려달라고(장학금 때문에) 호소하는 내용의 전화를 하거나 이메일을 보내는 학생들을 달래느라 곤욕을 치른다.

고등교육(대학 이상) 진학률이 15%를 넘으면 대중화 단계, 50%를 넘으면 보편화 단계라고 한다. 한국은 보편화 단계에 진입한 지 오래됐다. 보편적인 교육에는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10명 중 8명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 현실을 놓고 볼 때 국가는 '수익자 부담' 논리에서 벗어나 보편적 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 발굴에 나서야 한다. 지난 대선 당시 여당은 '반값 등록금'을 공약했다. 하지만 집권 후 '심적 부담을 반으로 줄여주겠다'는 '개드리브'(순간적인 재치를 뜻하는 애드리브를 비꼬아 부르는 말)으로 국민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반값 등록금'이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한나라당이 집권 후반기들어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법제화를 표명하면서 논란이 뜨겁다. 대부분 사회 구성원들은 비싼 등록금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원론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일부 세력과 서울의 몇몇 언론은 반값 등록금이 '대학진학률을 폭증시켜 청년실업을 악화시킬 것' '부실대학 세금 퍼주기' '포퓰리즘 정책' 등의 생뚱맞은 이유를 내세우며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모처럼 사회적 공감을 얻게 된 반값 등록금이 또다시 '선거 마케팅'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반값 등록금의 현실화는 여당과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

김교영(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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