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종욱의 박정희 이야기] (30)더욱 밝은 내일을 위하여

우리가 바라는 것은 물질적으로 풍요할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훈기가 넘치는 살기 좋은 나라이다. 현대문명의 이기와 편안한 생활을 추구하면서도, 우리의 미풍과 전통을 보존함으로써 고도 산업사회의 병폐를 뛰어넘은 인간적인 사회를 건설해 나가야 한다. 우리는 이 땅에 근대화를 실현하고자 애쓰고 있지만, 오늘의 선진사회가 안고 있는 어두운 단면은 원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근대화에 따르는 부작용이나 고도 산업사회가 가져 오기 쉬운 여러 가지 병폐와 그 원인을 미리 알고 고쳐나가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의 소박한 꿈이었다.

오늘의 선진사회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와 고민을 살펴보면, 그 밑바탕에는 이른바 인간상실의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고도 산업사회는 기계화되고, 전문화되고, 조직화된 지극히 합리적인 사회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자유와 행복을 상실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고도로 발달한 기계문명의 그늘에서 자칫하면 인간이 물질과 기계의 노예로 전락하기 쉽고, 거대한 산업조직 속에서 개인의 창의와 개성을 잃고 획일화되어 갈 뿐 아니라, 이웃과의 인정은 사라지고 군중 속에서 소외와 고독을 느끼기 일쑤이다.

이 같은 소외와 고독 속에서 사람들은 자아와 자주성을 잃고, 지나친 소비풍조에 휩쓸리기도 한다. 불행한 것은 소비문화의 환경 속에서 가치 기준이 흐트러져 많은 사람들이 유행에 영합하기 쉽다는 사실이다. 특히 온갖 광고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기 때문에 무엇인가 새롭고 좋은 것을 사고 싶은 유혹과 충동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경향은 물질적인 가치가 지나치게 숭상되는 사회에서 더욱 그렇다.

물론 오늘의 선진 산업사회에서는 대다수 국민들이 부와 풍요를 누릴 수 있다. 그러므로 일상의 고단함과 기계의 중압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많은 문명의 이기와 여가를 즐기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물질적인 부가 지나치게 중시되는 나머지, 그것이 모든 인간적 또는 사회적 가치의 잣대가 된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돈이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고 믿거나,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인정도 의리도 외면하는 태도는 인간의 정신세계를 황폐하게 만들고, 나아가 사회의 균형과 조화를 깨뜨릴 수도 있다.

이 같은 물질적 경향에 개인이나 집단의 이기적 풍조마저 겹치게 되면, 국민들에게 생활 공동체로서의 귀속감과 안정감을 주기가 어렵다. 오늘의 고도 산업사회에서는 조직 활동이 늘어나 겉으로 보기에는 인간 상호 간의 접촉과 교류가 많지만, 대부분 이해타산에 바탕을 둔 메마른 관계인 경우가 많다. 그로 해서 경쟁과 긴장의 각박한 분위기가 감도는 경우도 없지 않다.

세대'계층'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각종 기능집단 사이에 서로 다른 가치관이 형성되어 공동체로서의 결속이 흐트러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 더구나 대다수의 도시에서는 가족 단위가 작아지고, 이웃이나 친지 사이의 교류도 별로 없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분산된 개인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고독과 허무감이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잘 산다는 게 과연 무엇이며, 행복의 참뜻이 무엇인가를 새삼스럽게 되새겨 보게 된다. 사람은 저마다 서로 다른 개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객관적인 행복의 조건을 따지기는 어렵지만, 인간의 본성은 보편적인 데가 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기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자기 개인의 생존과 안전을 유지하고, 생활의 편리와 안전을 누리는 것은 기본적인 욕구이자 희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이유도, 누구나 가난에서 벗어나 물질적 풍요와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물질적으로 풍요하다고 해서 반드시 잘 산다고 할 수 없다. 물질 그것만이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잘 산다는 것은 물질적으로 풍요할뿐더러 정신적으로 성숙해지고, 이웃과 더불어 인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이 인간다워야 하고, 그 같은 인간이 주인이 되는 사회가 될 때 물질적 풍요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그토록 열정을 쏟았던 '새마을 운동'과 '새마음 운동'의 궁극적 목표는 건전하고, 인정 있고, 밝은 사회기풍이 조성되기를 바라던 그의 철학이었다. 또한 도시에 나타나기 쉬운 비정과 개인주의를 경계하면서 격조 높은 정신문화가 꽃피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그의 꿈이기도 했다.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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