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9세 아들과 철인3종 도전한 의사 허용도씨

수험생 아들에 "공부벌레보다 철인 해볼래"

5일 대구 수성못 일원에서 열린 제8회 대구시장배 전국트라이애슬론대회에서 허용도(왼쪽)-준석 부자가 수영 경기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5일 대구 수성못 일원에서 열린 제8회 대구시장배 전국트라이애슬론대회에서 허용도(왼쪽)-준석 부자가 수영 경기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아버지 입장에서 나이가 들면서 점점 멀어져 가는 아들과 소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을 것이다. 허용도(49'신경외과의원 원장'대구 수성구 지산동) 씨는 대학입시를 준비 중인 아들 준석(19) 군과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운동을 택했다. 그것도 힘들기로 소문난 철인3종 경기(트라이애슬론)였다.

허 씨는 올 2월 말 하루 종일 수험공부에 매달려야 하는 아들의 체력을 걱정하다 철인3종을 권유했다. 달구벌철인클럽의 회장을 맡아 활동할 정도로 '철인3종 마니아'인 그는 반신반의하며 철인3종 대회에 한 번 출전해보지 않겠느냐고 물었는데, 아들이 주저 없이 "좋다"고 했다는 것.

허 씨는 이달 5일 대구 수성못과 신천동로 등에서 열린 제8회 대구시장배 전국트라이애슬론대회(올림픽 코스로 수영 1.5㎞, 자전거 40㎞, 달리기 10㎞) 출전을 목표로 지난 3월 초부터 아들과 운동을 시작했다.

"먼저 수영장에 갔는데, 아들이 초등학교 시절 수영을 배웠지만 이후 그만둔 때문인지 처음에는 100m를 못 가더군요."

그러나 허 씨의 걱정과는 달리 평소 운동을 좋아한 준석 군의 실력은 부쩍부쩍 늘어났다. 규칙적으로 운동한 덕분이었다. 허 씨 부자는 화, 금요일에는 달리기와 자전거를, 일요일에는 수영을 하며 대회를 준비했다.

3~5월 석 달간의 짧은 기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못했지만 올 대구시장배 대회에서 허 씨 부자는 당당히 완주하는 기쁨을 누렸다.

진정한 철인으로 대접받는 아이언 맨 코스(수영 3.9㎞, 자전거 180㎞, 마라톤 풀코스 42.195㎞)를 3차례 완주한 경험이 있는 허 씨는 이날 올림픽 코스에서 첫 도전에 나선 아들이 완주할 수 있도록 힘껏 도왔다. 첫 종목인 수영에서는 따로 실력대로 경기했지만 이후 자전거와 달리기에서는 페이스를 조절하며 함께 달렸다. 이 때문에 허 씨의 완주 기록은 3시간17분52초로 저조했다. 반면 준석 군은 첫 도전 치고는 괜찮은 3시간20분52초의 기록을 세웠다. 참가자 순위에서 준석 군은 대회 참가자 중 20세 전반부에서 6위를 차지했고, 허 씨는 40세 후반부에서 79위를 차지했다.

허 씨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아들과 나란히 땀을 쏟으며 어려움을 이겨내고 완주한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면서 "당장 올해는 어렵겠지만 아이언 맨 코스에도 아들과 함께 도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평소 수영으로 건강을 관리하던 허 씨는 2005년 우연히 철인3종을 알게 됐다고 했다. 철인3종이란 경기가 있는 줄도 몰랐다가 알게 된 후 도전 의욕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철인3종 완주의 전 단계로 마라톤 풀코스를 4시간 이내로 달리는 서브-4에 먼저 도전했다. 서브-4를 달성하기까지에는 3년이 걸렸다.

준비과정을 거친 허 씨는 2007년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달구벌철인클럽의 문을 두드렸다. 철인으로 올라서는 첫 도전은 2008년 4월 통영철인3종경기대회 올림픽 코스였다. 이 대회에서 2시간35분02초로 완주의 기쁨을 누린 후 그해 8월 제주에서 열린 제주국제철인3종경기대회에서 아이언 맨 코스에 도전, 14시간21분02초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지금까지 6차례 완주한 올림픽 코스의 최고 기록은 2009년 5월 통영대회 때의 2시간31분55초이고, 아이언 맨 코스 최고 기록은 2010년 제주대회 때 세운 11시간41분50초다.

그동안 허 씨는 마라톤 풀코스도 17차례 완주하며 2010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3시간28분27초의 최고 기록을 세웠다.

허 씨는 "준비만 잘 하면 소망은 이루어진다"며 "철인3종은 '아이언 맨'이란 말을 통해 힘들게 느껴지지만 실제 큰 어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는 종목"이라고 했다. 그는 "아들이 석 달 동안 준비해 완주하는 것을 지켜봤다"며 "계획을 세워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누구나 완주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인 허 씨는 "철인3종이 환자 진료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무릎 등 근골격계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자신의 철인3종 경험을 바탕으로 휴식과 재활 등 치료 방향을 적절히 제시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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