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널 믿는다, 자! 나가라'…류중일, 신뢰의 야구를 심다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이 올 시즌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이 올 시즌 '신뢰의 야구'를 꽃피우고 있다.

'새내기 사령탑' 류중일(48)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주위의 우려를 깨고 '신뢰의 야구'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시즌 개막 전 삼성은 4강에 겨우 턱걸이할 것이란 전력 평가를 받았으나, 류 감독은 16일 현재 삼성을 선두 SK에 반 게임차 2위로 이끌고 있다.

삼성은 6연승을 기록하는 등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10경기서 거둔 승률 0.900(9승1패)은 선수들을 믿는 류 감독의 철저한 신뢰에서 비롯됐다. 부임 때부터 강조했던 '호쾌한 공격야구,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선수들의 플레이에서 묻어나오며 대구시민야구장은 평일에도 만원에 가까운 관중들이 들어차 '최강 삼성'을 외치고 있다.

류 감독은 시작부터 무거운 짐을 양 어깨에 짊어지고 출발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 팀을 맡았으니 그가 이뤄야 할 고지는 정상뿐이었다. 더구나 야구장을 떠났던 '올드팬'들을 야구장으로 다시 불러들여야 하는 흥행까지 신경을 써야 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 고민을 거듭했다. "SK에서 이적한 투수 카도쿠라는 무릎 부상이 걱정됐고, 외국인 타자 가코는 연습 스윙부터 답답했다. 투수 장원삼은 부상으로 시즌 초반 뛸 수 없었고 배영수와 윤성환의 구위도 만족할 수준이 아니었다. 선발진 꾸리기가 막막했다."

류 감독은 귀를 열기로 했다. 감독의 권위는 벗어던졌다. 프랜차이즈 스타에 오랜 기간 코치로 삼성에 몸담은 경험은 선수들과 스스럼없는 소통의 장을 만들어줬다. 취약분야였던 투수 운용은 오치아이 투수 코치에게 물었다.

선수'코치와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은 신뢰를 싹트게 했다. 불펜에 무게중심이 잡힌 삼성의 마운드를 선발로 돌린 건 선발투수에 대한 무한 신뢰가 바탕이 됐다. 5회만 되면 내려갈 준비를 했던 선발진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긴 이닝을 소화하며 제 몫을 다하고 있다. 불펜진에 여유가 생기다 보니 삼성은 전임 선동열 감독 때 이상으로 최강의 마운드를 유지하고 있다.

류 감독의 신뢰야구는 판단을 내려야 할 순간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16일 LG전에서 선발 차우찬이 중반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불펜 가동을 자제했다. 팀의 에이스에 대한 굳건한 믿음 때문이었다. 차우찬은 9개의 안타를 맞으며 4실점 했지만 6.2이닝을 버텨주며 불펜진의 힘을 집중시켰다.

류 감독은 공격야구의 핵으로 지목한 박한이가 극도의 부진에 빠졌을 때도 그를 선발에서 빼지 않았다. 꾸준한 출장기회가 보장되자 박한이는 특별타격 훈련을 자청하며 타격감 찾기에 나섰고, 최근 믿음에 보답하듯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류 감독은 박한이가 소심해질까봐 땅볼을 치면 벌금을 내도록 해 자신의 큰 스윙을 유지하도록 했다.

류 감독의 목표는 초지일관 우승이다. 류 감독은 "삼성은 지난해 준우승을 했다. 감독이 목표를 낮게 잡으면 선수들이 동요한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우승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고 했다.

시즌 반환점을 앞둔 류 감독은 지금까지 실책이나 삼진으로 물러날 때 등 경기 내용에 대해 선수들에게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지 않을 땐 무섭게 질책한다.

"133경기를 뛰는 선수들은 한 경기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지만 팬들은 그 한 경기 때문에 실망하고 야구를 싫어할 수 있다. 프로라면 팬들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삼성 류 감독이 매 경기 선수들에게 필승을 강조하고 있다.

홍승규 대구MBC 야구해설위원은 "경기를 읽는 눈, 작전 구사 능력, 승부처에서의 과감한 판단 등은 초보감독이 해내기엔 쉽지 않은 일이다. 류 감독이 삼성이라는 한 팀에서 선수와 코치를 거치면서 쌓은 안정감이 기존 전력과 이어지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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