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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성 역할극 '도전 골든벨' 기획한 이화연 경덕여고 보건교사

"상상초월 청소년 性, 가정과 사회 함께 풀어야 할 문제죠"

이화연 경덕여고 보건교사가 보건실에서 청소년들의 성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이화연 경덕여고 보건교사가 보건실에서 청소년들의 성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청소년들의 성(性), 상상을 초월합니다. 터놓고 가르쳐야 합니다."

30여 년 간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청소년들의 성 상담 및 건강 지킴이 역할을 해 온 경덕여고 이화연(52) 보건교사. 그는 지난달 25일 학교에서 학생, 학부모, 보건교사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 가치관 함양 및 생활기술 훈련의 하나로 '웰컴 투 보건실, 경덕이의 S 다이어리'라는 주제로 성 역할극 및 성 지식에 관한 도전 골든벨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S 다이어리의 'S'는 주인공 여학생인 경덕이의 성(Sex) 또는 특별함(Special)을 상징한다.

지역 초'중'고교 보건교사 중 간호학 박사 1호인 이 교사는 2년 전 성교육 선도학교로 경덕여고에서 성 역할극을 올린데 이어 올해엔 행사를 보다 알차게 꾸몄다. 이번 역할극에는 경덕여고 1학년 학생들을 비롯해 계명대 간호대 교육실습생들이 함께했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의 공연과 직접적인 참여를 통해 이성교제 예절, 이성 친구의 성 충동, 10대의 성에 대한 고민, 피임방법 등을 가르쳤는데 성공적이었다"며 "요즘 학생들은 신체적 변화가 빠른데다 음란물의 영향으로 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 어른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성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소년들의 낙태 수술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점도 꼬집었다. "낙태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학생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미혼모가 되어 학교를 휴학하게 되면 다시 복학하기는 힘듭니다. 이런 문제는 가정의 성교육과 함께 국가와 우리 사회가 나서서 함께 풀어내야 합니다."

한 고교에서 보건교사로 근무할 당시 남학생을 양아들로 맞이한 일도 있었다. 이 교사는 자신에게 손찌검을 하려 대든 이 남학생을 자신만의 카리스마로 제압한 뒤,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밤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보건실에서 가끔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이에 감동한 이 남학생은 보건실 청소를 도맡아 했으며, 보건실에 필요한 물건들도 직접 만들어주기도 했다. 이 남학생은 올해 스승의 날에도 이 교사를 찾아와 실제 양어머니와 같은 존재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1980년 안동과학대 간호과를 졸업한 그는 대구시 보건교사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1999년 11월에 전국에서 최초로 '난치병 제자 사랑돕기 및 보건교육 전시회'를 실시하여 전국으로 난치병 학생돕기 행사를 확산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또 보건교과서(교육과학기술부 검정)의 저자로 모교 학생들에게 자긍심을 높여주고 있으며, 대구간호협회 이사, 성문화센터 자문위원, 적십자 봉사활동 봉사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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