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하는 글은 두괄식이 가장 좋다. 첫 마디에 상대의 관심을 끌면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뚜렷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곡을 찌르지 않고 주변을 에둘러 말하면 듣는 사람은 "그래서 말하려는 요지가 뭐야?"라며 짜증을 내기 마련이다. 이쯤이면 설득은 이미 물 건너가 버린 것이다. 현대인은 너무나 많은 정보와 바쁜 일상 때문에 상대의 말을 모두 들어줄 만큼 한가하지가 않다. 하지만 첫 마디에 강하게 끌리는 사람의 주장은 시간을 내서라도 들어보고 싶어한다. 관건은 제대로 된 낚싯밥을 던지는 것이다. 듣는 사람을 한 마디로 끌어당기는 데는 '주장-근거-예시-확인'의 논리 구조가 가장 보편적이다. 용돈이 부족해 엄마에게 용돈 인상을 요구할 때 다음과 같이 말해 보자.
주장:엄마, 저 용돈 좀 올려주세요
근거: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서 정말 생활하기가 힘들거든요.
예시:예를 들어 볼까요? 예전에 천 원짜리 김밥도 천삼백 원으로 올랐고요, 라면도 500원 더 올랐어요. 먹을거리만 오른 것이 아니고요, 차비도 100원 올랐어요.
확인:엄마, 엄마의 귀한 아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용돈 좀 올려 주세요. 네?
이 예시문을 보면 우리들의 일상 대화가 거의 주장-근거-예시-확인의 형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노인문제와 효의식 제고'에 대한 주장을 살펴보도록 하자.
고령화 사회의 부모 봉양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효의식과 관련지어 논술하시오.
주장:노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은 효의식의 고취와 효를 권장하는 사회적 제도의 정착이라고 생각합니다.
근거:왜냐하면 자발적인 효의식만이 지속성을 지닐 수 있고,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해서는 많은 사람이 행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시:전국에 있는 효자효녀를 찾아내 크게 시상하고, 효자효녀에게 진학과 취업에 혜택을 주는 전형을 확대해야 합니다.
확인:효도를 함으로써 부모를 봉양할 수 있고, 효도를 통해 자신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주장:노인 문제는 이제 개인적인 효의식 차원이 아닌 사회복지의 차원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근거:핵가족화, 고령화, 청년 실업 등의 문제로 더 이상 노인의 봉양을 자식이 해결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예시:90이 넘은 부모를 생산력이 없는 70의 자식이 모시기는 어렵습니다. 자식이 없는 사람은 더욱 그렇습니다.
확인:이제는 효의식이라는 개인적 미덕보다는 우리 모두의 부모라는 인식으로 사회적 복지증진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주장의 내용은 서로 다르지만 1, 2 모두 타당한 근거와 적절한 예시를 제시하고 있다. 근거는 추상적인 이유이고, 예시는 추상적 근거를 구체화시킨 것이다.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적절한 예시가 정말 중요하다. 사람들은 추상적 구호보다는 구체적인 사실에서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기억하라. 사례가 적절해야 주장이 힘을 얻는다는 것을. '아하, 그렇구나' 하는 감탄은 근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예시에서 나온다는 것을. 이금희(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 대구공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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