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대구 북구 검단산업단지 내 옛 한일합섬 부지. 임시로 철판을 세운 담너머로 중장비 소리가 요란했다. 담벽에는 '공장매각' '분양' '신축공장매매 절호의 기회'라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이곳엔 올해 말 준공을 목표로 아파트형 공장(검단팩토리밸리) 공사가 한창이다. 시행사 측은 "공장 용지난이 심화되면서 기업 분양 문의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 같은 날 달서구 신당동 성서산업단지 내 아파트형 공장(이노비즈 타워). 지하 2층, 지상 13층(연면적 3만4천471㎡) 규모로 지난 2007년 12월 준공한 이곳엔 모두 110개 기업이 입주해 있었다. 입주업체 수로만 따지면 웬만한 소규모 산업단지 수준. 섬유'IT'정보 등 입주업체 업종도 다양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가 불어닥친 2008년으로 시계를 돌리면 사정은 전혀 달라진다. 시행사는 부도가 났고, 입주율은 50%에 불과했다. 이곳 허정규 분양사업본부장은 "연초부터 여기저기에서 입주 문의가 들어오더니 순식간에 모든 사무실 분양이 끝났다"고 했다.
제조업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대구 산업단지내 아파트형 공장이 부활하고 있다. 한동안 뜸했던 민간 개발 사업이 잇따르고 있고, 정부 및 대구시의 관 주도 개발 계획도 속속 나오고 있다. 도심 공장 용지난과 경기 호전이 맞물리면서 토지 효율성을 높이는 아파트형 공장 시대가 다시 열리고 있는 것.
◆검단'성서산업단지=민간 개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경기 악화로 전면 중단됐던 아파트형 공장 개발은 지난해 말부터 새 전기를 맞고 있다.
북구 검단산업단지 경우 2010년 12월 연면적 3천861㎡의 3층 규모로 '검단테크파트'가 준공돼 10개 업체가 입주했고, 연말 준공 목표인 '검단팩토리밸리'는 연면적 3만1천409㎡의 9개동 규모로 모두 75개의 입주 업체를 모집하고 있다.
성서산단에서도 아파트형 공장 건립 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지역 M건설은 달서구청과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으로부터 성서산단 3단지 내 2만9천700여㎡ 부지에 대해 사용 승인을 받고, 17층 규모(연면적 약 9만9천㎡)의 아파트형 공장 설계 작업에 돌입했다. M건설 대표는 "제조업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아파트형 공장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라며 "3층 규모의 추가 건축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성서산단 2단지 내 연면적 1만1천636㎡의 아파트형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이영태 사장은 "현재 본공사 전 철거 작업 단계를 밟고 있는데,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벌써 분양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소형이라는 점과 각종 세제 혜택 등에 따라 인기가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에 따라 아파트형 공장 입주 업체들은 취등록세 100% 면제, 재산세 및 종합토지세 5년간 50%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3공단=공공 개발
민간 개발과 함께 대구시 아파트형 공장 건립 계획 역시 탄력을 받고 있다. 민간 개발이 성서'검단산업단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면 대구시는 도심 노후 공단의 리모델링과 아파트형 공장 건립 사업을 연계하고 있다.
20일 대구시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은 대구, 부산, 광주 3개 지역을 임대형 아파트형 공장 건립 시범 지역으로 선정해 연초부터 예비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있다. 최종 결과는 2, 3달 후 발표될 예정으로, 시범 지역으로 선정되면 건립비용 320억원(부지 2만㎡)의 90%를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다.
대구시 성웅경 산업입지과장은 "대구시 입지는 북구 노원동 3공단"이라며 "3공단은 땅값 상승으로 인해 단층 구조의 입지 구조가 한계에 부딪힌 지 오래다. 아파트형 공장 건립을 통해 도심 노후공단의 리모델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시는 아파트형 공장을 모델로 3공단 내 안경산업 토탈 비즈니스센터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지하 2층, 지상 7층(연면적 1만3천500㎡) 규모로, 모두 130억원(국비 80억원'시비 50억원)을 투입하는 비즈니스센터는 2014년 준공을 목표로 내년부터 건물 착공에 돌입할 계획이다. 대구시 김태근 특화산업 담당은 "지상 5개층(2~6층)을 아파트형 공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안경뿐 아니라 전기전자 및 컴퓨터소프트웨어 업종까지 임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 아파트형 공장의 과제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이달부터 아파트형 공장의 명칭을 지식산업센터로 바꿨다. 신 제조업, 첨단산업, 지식기반산업 및 지원서비스가 복합된 첨단지식산업 육성을 위한 기능 중심의 시설로 개념전환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판단 때문이다.
또 수도권의 경우 주택시장 침체로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고 있는 건설사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지식산업센터로 눈을 돌리면서 지식산업센터가 대형화'고급화하는 추세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 서울 금천구 코카콜라 터 2만3천13㎡에 지하 4층~지상 26층 현대지식산업센터 분양에 돌입했고, 경기도 광명테크노파크 분양에 들어간 SK건설은 지하 2층~지상 15층짜리 건물 5개동에 정보'생명공학, 우주항공기술, 문화산업 분야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이에 반해 대구경북권 지식산업센터는 무늬만 지식산업센터인 성격이 짙다. 민간 개발 사업자들의 역량이 수도권에 비해 뒤지고, 입주 업체 역시 영세 제조업체 중심이다. 특히 단순 수익 사업으로 전락해 투기 목적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지역 모 아파트형 공장의 경우 분양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1천만~2천만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었다.
이에 대해 검단'성서산단 지식산업센터 담당들은 "지역의 영세 제조업체들은 산업의 근간이다. 지식산업센터라는 이름과 다르다고 무조건 폄하해선 곤란하다"며 "정부가 다음달 산집법 개정을 통해 투기 목적 차단에 나서면 공장 용지난에 허덕이는 건실한 제조업체들이나 첨단 업종 입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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