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코미디 영화의 대가 빌리 와일더

우리는 메릴린 먼로와 오드리 헵번을 기억하지만, 감독이 누구인지는 잘 모른다. 메릴린 먼로가 지하철 환풍구의 바람에 확 뒤집어진 치마를 부여잡는 것은 '7년 만의 외출'(1955년)에서였고, 오드리 헵번의 청순미가 한껏 드러나는 것은 '사브리나'(1954년)였다.

감독은 코디미 영화의 대가인 빌리 와일더(1906~2002)다. 1906년 오늘, 오스트리아 시골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히틀러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와 시나리오를 썼다. 자신의 각본을 망쳐놓은 감독들의 저급한 연출력에 분노해 1942년부터 감독 겸업을 했다. 1950'60년대 할리우드의 황금시대를 이끌며 두 개의 아카데미 감독상과 세 개의 각본상을 받은 위대한 감독이 됐다.

혼자 글 쓰는 걸 싫어했는데 보조 작가의 아이디어가 시원찮으면 심한 모욕을 주고 내쫓았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그의 영화는 탄탄한 줄거리에 시원스런 대사가 쏟아져 나오는 격조 있는 코미디물이 됐다. 코미디보다는 초기 작품인 '이중배상'(1944년)을 대표작으로 꼽는 이들이 많다. "살인에서도 인동꽃 향기가 난다는 걸 내가 어떻게 알았겠는가"라는 대사와 함께….

박병선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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