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신춘문예와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대구의 박소유(사진) 시인이 신간 '어두워서 좋은 지금'을 펴냈다. 시집에서 시인은 자신을 가두는 것들에 대해, 자신이 도착하고 싶은 장소에 대해, 그리고 어렵게 골목 저 편에 도착해서는 '내가 다만 지나가는 사람' '눈물 짓무르는 가장자리를 조심스럽게 밟고 지나가야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처음 엄마라고 불러졌을 때/ 뒤꿈치를 물린 것 같아 섬뜩했다/ 말갛고 말랑한 것이 평생 나를 따라온다고 생각하니/ 어디든 도망치고 싶었다/ 너무 뜨거워서/ 이리 들었다 저리 놓았다 어쩔 줄 모르다가/ 나도 모르게 들쳐 업었을 거다/ 아이는 잘도 자라고 세월은 속절없다/ 낯가림도 없이 한몸이라고 생각한 건 분명/ 내 잘못이다/ 절대 뒤돌아보지 말라는 말이 복음이었나/ 앞만 보고 가면/ 뒤는 저절로 따라오는 지난날인 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깜깜 무소식이다' -어두워서 좋은 지금- 중에서.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고, 가정이라는 울타리 아래 웅크리고 앉아, 허겁지겁 살아온 일생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싶다. 그렇다고 시인이 원망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삶으로 자신을 몰아넣었던 것은 시인 자신이므로. 설령 타의라고 하더라도 원망할 성질의 것은 아니므로.
아내와 엄마라는 위치 때문이 아니다. 사람들은 다 그렇다. 지긋지긋하고 허망하다며 고개를 흔들지만 이 지긋지긋한 세상에서 행여 떨어지지나 않을까 단속하는 것이 사람살이의 숙명이다. 그것은 세상의 중심부에서 목청껏 외치는 사람이나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없이 평생 주변부를 배회하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가기는 해야겠는데, 몸을 이리 비틀어도, 저리 비틀어도 턱턱 걸린다. 내 그림자와 헤어지는 수밖에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그림자라도 떼어놓으면 행여나 좁은 길을 지날 수 있을까. 아서라, 부질없다.
'울어라 울어 실컷 울어, 고양이만 우는 게 아니다/ 너도 울고 나도 울지만/ 한 번도 곁을 주지 않는 울음에는 평생 주인이 없다.' -울음- 중에서.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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