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쉬운 수능으로는 결코 사교육 줄일 수 없다

이달 초 치른 모의평가시험 결과, 언어와 수리 나의 만점자가 각각 1만 4천 명 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만 200명 정도인 서울대, 연대, 고대의 전체 입학 정원보다 40%나 많은 숫자다. 수리 가 1등급은 8.03%로, 기준 4%나 2등급 4.63%의 2배나 됐다. 지난해 수능시험에서 11명이던 3개 영역 만점자는 733명으로 무려 70배 가까이 늘어났다. 난이도 조절에 철저하게 실패한 것이다.

그럼에도 교육 당국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성태제 교육평가원장은 다수 만점자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했다. 나아가 "심한 경쟁 체제 유발보다는 자격시험 수준으로 잡은 수능시험 출제 기본 방향은 유지할 것"이라 했다.

'쉬운 수능'의 출발은 현 정부가 사교육비 줄이기 정책을 추진하면서부터다. 목표를 정해놓고 오직 이를 위해 입학사정관제와 수시 전형 확대 등 온갖 정책을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은 무시됐다.

그러나 지난 모의평가와 비슷하게 수능시험을 낸다면 절대로 사교육을 줄일 수 없다. 오히려 단 한 문제라도 틀리지 않기 위한 상위권 학생의 사교육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중'하위권도 마찬가지다.

더 큰 문제는 대학이다. 수능의 변별력이 없으면 대학은 당연히 우수 학생 선발을 위한 대책을 만들게 된다. 이는 심층 면접이나 논술시험 부활, 혹은 본고사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 형성 등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 부분은 현재 학교교육이 담당할 수 없어 사교육 의존도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사교육 줄이기는 쉬운 수능이 아닌 다른 곳에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 상태라면 수험생은 수능 만점 받기와 대학별 전형 고사 모두에서 압박을 받게 된다. 오히려 변별력 있는 수능 시험이 현 정책보다는 사교육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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