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름 없는 주유소…GS칼텍스 걸핏하면 '품절' 공급중단

할인기간 끝날 때까지 사재기 의혹

"재해나 전쟁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주요수에 기름이 없다니…."

직장인 이모(40) 씨는 22일 퇴근 시간에 수성구 셀프 주유소에 들렀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재고 부족으로 경유를 주유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인근 또다른 주유소를 찾은 이 씨는 "재고 부족으로 판매를 중단한 주유소가 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승용차 운전한 지 20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내달 7일 기름값 할인 종료를 앞두고 주유소의 '기름 품절' 사태가 또다시 일어나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대구뿐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으로 '기름 품절'에 대해 정유사와 주유소는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품절이 가장 많은 곳은 GS주유소.

GS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달부터 기름을 주문량 만큼 받지 못했고 최근에는 아예 공급이 끊겨 타사 기름을 팔기도 했다"며 "지금도 판매물량의 30% 정도만 공급받고 있다"고 했다.

현대오일뱅크 주유소들도 물량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주유소 관계자는 "정유사에서 다른 회사와의 교환물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공급을 미루고 있지만 핑계에 불과하다"며 "소비자들은 주유소가 기름을 묶어 두고 있다는 오해를 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유사 측은 '주유소의 사재기'로 품절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유사 관계자는 "이달 들어 경유 등 석유제품 수요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30%나 급등했다"며 "가격 인상을 앞두고 거품 수요가 발생한 때문"이라고 밝혔다.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3사는 4월 7일부터 석 달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1리터당 100원씩 인하해주기로 했으며 내달 7일이면 할인 기간이 종료된다.

기름 부족은 GS칼텍스 정유시설 고장도 한몫을 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이달 11일 중질유 분해시설이 고장난 데 이어 18일 등경유 탈황장치까지 가동이 중단되면서 지난 열흘간 모두 80만 배럴가량의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대구 주유소협회 도명화 국장은 "기름 부족을 주유소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정유사들의 핑계"라며 "기름값 할인 이후 정유사 공급량이 줄고 있고 정유사가 수익이 많은 해외 수출로 물량을 돌린다는 이야기도 꾸준히 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기름 품절' 사태는 할인가 폐지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주유소 관계자들은 "할인 폐지를 앞두고 소비자 수요도 점차 늘고 있지만 정유사 공급량은 줄고 있다"며 "고객들에게는 죄송하지만 기름값이 안정될 때까지 이 같은 현상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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