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작 '정무문'은 리샤오룽(李小龍'1940~1973) 액션의 비장미를 최고조를 끌어올린 작품이다. 특히 그의 발차기가 정지되면서 울려 퍼지는 일본군의 총소리는 안타까움의 절정으로 관객들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그가 맡았던 진진이란 캐릭터는 가상이다. 실제 이야기는 중국 무림의 고수 곽원갑(1868~1910)에서 끝이 난다. 그는 열강의 침탈이 극심했던 시절 중국 상하이에서 열강의 격투기 대가들을 무찌르며 중국인의 자존심을 세워준 국민영웅이다. 그러나 그는 결핵을 앓아 요절했다. 훗날 비소가 검출돼 암살됐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
진진이 스승의 원수를 갚기 위해 일본 도장에 쳐들어가 100대 1의 결투를 벌이는 것이 오리지널 '정무문'의 이야기다. '정무문'은 이후 1994년 리롄제(李连杰)에 의해 리메이크됐고, 16년이 지나 전쯔단(甄子丹)이 진진에 도전했다.
22일 개봉한 '정무문:100대 1의 전설'은 '정무문' 그 이후 이야기다. 진진이 스승의 원수를 갚고 중국군의 일원으로 제1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 전선에서 독일군과 싸우는 것으로 시작된다. 당시 1차 대전에 투입된 15만 명의 중국인들은 총 한 자루 없이 전장에 투입됐다.
7년이 지난 1925년, 일본군이 주둔한 중국 상하이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전장에서 죽은 것으로 알려진 진진이다. 그는 이름을 바꾸고 군인과 외교관, 사업가, 스파이들이 모이는 사교 클럽 카사블랑카에 나타난다.
상하이는 중국 애국인사를 겨냥한 일본의 테러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일본군의 사주를 받은 암살자들이 중국 군부의 거물을 제거하려는 순간 가면을 쓴 천산흑협이 나타난다. 그는 뛰어난 무술로 암살자들을 처치하고 천산흑협이 진진이란 것을 의심한 일본은 진진의 주변인물들을 무참하게 살해한다.
'무간도' 시리즈를 연출한 류웨이장(劉偉强)이 메가폰을 잡고, 1994년 '정무문'의 연출'각본을 맡은 천자상(陳嘉上)이 각본을 맡았다.
전편들과 달리 '정무문:100대 1의 전설'은 슈퍼히어로물에 가깝다. 진진의 캐릭터도 낮에는 한량이다가 밤에는 일본과 맞서고, 가면에 의상까지 입었다. 액션도 고난도를 넘어 중국 무협물처럼 아예 날아다닌다.
그래서 초반 1차 대전 장면도 이제까지 보지 못한 전쟁 장면을 연출한다. 칼 두 개를 들고 중화기의 집중포화를 뚫고 건물에 숨은 독일군을 날아다니면서 찌르고 벤다. 고전적인 전쟁터에 나타난 무림고수를 떠올리면 된다.
전쯔단의 맨몸 액션은 일단 입이 떡 벌어진다. 일본 가라테 고수들과의 대결에서도 고난도 공중 돌려차기를 하고, 차를 뛰어넘어 암살자들을 격퇴하는 등 스크린을 종횡무진한다. 일본 도장에서 100명과 대결하는 장면 역시 원작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정교하면서 스피디하다.
일단 신세대 관객들은 호쾌한 액션에 100% 매료될 영화이다. 수치(舒淇)와의 멜로도 나오지만 액션에 치중하다 보니 겉도는 느낌이 든다.
오리지널 영화에서 리샤오룽이 스승의 무덤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그의 딸과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절절한 멜로가 느껴졌지만, 이 영화에서는 더 한 애정표시를 해도 애절함이 묻어나지 않는다.
리샤오룽의 절도 있는 액션과 우아한 스토리는 역시 '전설'로 남아야 하나 보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2분.
김중기 객원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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