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대구를 자주 방문하는 이유는? A. 관련된 일이 많아서!"
데뷔 33주년이지만 아직도 10대의 열정과 도전정신을 품고 무대를 뜨겁게 만드는 가수 인순이. 그는 각별한 인연을 맺은 대구를 자주 방문하고 있다. 보통 인연이 아니다. 가수 인순이의 인생에서 올해처럼 대구를 자주 방문하고, 대구경북민들에게 자신의 노래를 선사하고 끼를 한껏 발산할 해는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주제가를 부를 가수로 인순이와 허각을 선택했다. 두 가수 모두 공통점이 흐르고 있는데 바로 '불굴의 도전과 불같은 열정'이다. 허각이 공개오디션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보여준 가수라면 인순이는 평생 무대가 삶이고, 삶이 무대인 것처럼 살고 있는 '열정'이라는 단어, 그 자체다. 이제 불과 두 달 남짓 지나면 개막식에서 이 두 가수가 부르는 주제곡 'Let's Go Together'(함께 달리자)가 대구스타디움을 통해 전 세계에 울려퍼질 것이다.
인순이는 벌써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릴 달구벌(옛 대구이름)을 달구고 있다. 창간 65주년을 맞은 매일신문사가 주최하고, 코리안팝스 오케스트라가 주관하는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성공기원 기념음악회 무대에도 오르고 있다. 이미 지난 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으며, 오는 28일에는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마이크를 잡고 멋진 무대를 선사한다. 인순이의 열정 가득한 표정을 보니,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인순이는 H백화점 대구점 오픈 기념 콘서트에도 김건모, 성시경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인순이를 18일 콘서트 현장인 대구EXCO 무대 뒤편 대기실에서 만났다.
◆'만약'이라는 단어를 싫어해
인순이는 철저히 현실 속에 살고 있다. 그 무대, 그 순간에 모든 에너지와 열정을 쏟으며 가수 생활 33년을 보냈다. 무대 위의 인순이는 올해 나이(54세)를 무색하게 한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더해 젊은 감각의 퍼포먼스와 화려한 몸짓 등은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이런 탓에 '만약…', '막연한 미래'에 관한 질문은 반기지 않는다. 이를테면 "만약 가수가 되지 않았다면?", "앞으로 어떤 가수로 남고 싶으세요?", "롤 모델로 삼을 가수가 있는가요?", "영화 출연 등 외부활동 계획은?" 등의 질문이다. 인순이는 짧게 답한다. "글쎄요. 생각을 안 해봤는데요." 인순이는 또 한국 사회의 지나친 편견 탓에 혼혈에 관한 질문도 꺼려한다. 참고로 존경하는 가수는 패티 김이란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 생활 20년차인 사진기자가 돌파구를 열었다. "정상급 가수란 자리를 지키기가 외롭지 않습니까?". 인순이는 이 질문을 덥석 물었다. "왜, 외롭지 않겠습니까? 외로움에 사무치고,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며칠 간 잠을 못자기도 하지요. 하지만 정말 안 될 때는 외국에 나가서 공연도 보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기도 하죠."
이 질문 하나가 인순이의 마음을 열게 해줬다. 이내 이틀 전 일본 콘서트 얘기를 풀어놓았다. "제가 이 나이에 일본에 가서 한류 아이돌과 함께 공연을 하고 왔다는 거 아닙니까? 아이돌 그룹의 후배 가수들이 선배를 어찌나 챙기는지, 너무 좋았습니다. 저도 한류스타 맞죠. '거위의 꿈'을 부르는데 눈물을 흘리는 일본팬들을 보며 저도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가슴은 통하나 봅니다.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어요."
인순이는 이 얘기를 하면서 다시 역동적인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었다. 이내 무대에 올라야 하는데 ,무거운 얘기보다는 현실 속 즐거운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도 하나 알아냈다. "체력이나 목 관리를 잘 하셔야 될 것 같은데, 혹시 무대에 오를 때 난감할 때가 없었습니까? 펑크를 냈다든지.", 인순이는 이렇게 답했다. "제 생명이고, 제 밥줄인데 얼마나 철저하게 잘 관리하겠습니까. 그래도 한 번씩 몸에 이상신호가 오지만 행사 자체를 펑크내거나, 무대에서 무성의한 공연을 한 적은 없습니다." 이 말을 들을 때 느낀 인순이는 철저한 '프로 중 프로'였다. 그런 마음가짐과 태도가 33년간 그를 지켜준 원동력이었음도 짐작할 수 있었다.
◆'영혼의 터치', 감동이 제1가치
일본에서 한국말을 모르는 일본 관객을 울릴 수 있는 힘은 인순이만의 특유의 영혼의 울림이 있기에 가능하다. 폭발적인 가창력은 '대단하다'는 반응 정도는 이끌어 낼 수 있다. 인순이는 이에 더해 무대 위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관객들의 볼도 눈물로 젖게 만드는 능력을 갖고 있다.
한 곡을 열창 뒤, '거위의 꿈'을 부르기 전, 이런 멘트를 일본어로 번역해서 날린다. "매일 가슴이 터질듯한 행복감에 울음을 터뜨리고 싶다면 오늘의 불행은 크게 웃으며 견뎌라! 친구여! 내일 울게나." 인순이가 100% 몰입하며 부르는 그 노래와 리듬, 열정적 몸짓은 전 세계 만국 공통어가 돼, 그 감정 그대로 일본인에게도 전달되는 것이다. 기립박수를 받았다. 무대 뒤에선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니코'라는 일본인은 인순이에게 찾아와 펑펑 눈물을 쏟아내며, 감동을 주체하지 못하기도 했다.
기자에게 들려줄 자작시도 읽어줬다. '친구여! 우리 질풍 노도의 세월을 지나왔지/꿈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았던/지금 우리 앉아 술 한잔 기울이며 그때를 추억하네/지금 건강한가 하는 일은 잘되는가/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고/우리의 남은 시간 더 힘들지 몰라/단단히 마음 챙기고 오늘은 울지 말자/우리 열심히 살았노라 말할 수 있을 때/내일 울자 그때 울자'(받아 적지 못해 녹음한 걸 옮겨 적었다.)
그랬다. 인순이는 '오늘 울지 말고 내일 울자'고 했다. 누구에게나 현실은 힘든 법이다. 인순이는 이미 오늘 이 순간이 최고의 가치임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깨닫고 있었다. 내일이 오면 또 내일은 오늘이 되는 법. 그래서 결국은 인생을 포기하지 말고, 잘 참고 견디며, 열심히 열정적으로 살아가자는 생의 메시지를 노래와 자작시, 멘트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프로그램인 '나가수(나는 가수다)'에 참가하면 어떻겠느냐'고 묻자,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여러 가지 생각할 부분도 있다."고 말을 아꼈다. 뭔가 제의가 있고, 어느 정도 고민의 단계에 있음을 인순이의 표정을 통해 읽을 수 있었다.
'가창력이 부족한 아이돌 가수 천국인 가요계의 현실에 대해 할 말이 없느냐'고 물었을 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역시 현실주의자다운 똑똑한 대답이었다. "그것도 대중이 원하는 시대의 흐름이에요. 아이돌 가수들이 얼마나 피와 땀을 흘리며 노력합니까? 그것대로 대중에게 소비될 가치가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또 흐름이 바뀌면 또 그것대로 가치가 있는 것이죠. 저 역시 대중이 원한다면 언제든 180도 변신하죠.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팝 가수니까요."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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