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초교생 여름방학 캠프 어디가 좋을까

자녀 취향·흥미 물어보고 학습효과 따져보라

권환선(51'여) 씨는 이번 여름방학 때 늦둥이 막내딸(초교 4년)을 어떤 캠프에 보낼까 고민 중이다. 큰아들을 키우면서 늘 옆에 끼고 살다시피하다 보니 자립심을 키워주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권 씨. 딸은 부모 곁을 떠나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여름방학 캠프가 너무 많다 보니 어느 것을 골라야 할지 망설여진다. "캠프에 보내면 엄마와 잠시 떨어져 낯선 아이들과 어울려야 하니 독립심, 사회성도 키워지겠죠. 이왕이면 작가 마을 찾아보기 같은 문화 탐방 캠프에 보내고 싶은데 괜찮은 게 있을까요?"

여름방학이 눈앞이다. 학생들에게 방학은 꽉 짜인 일상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다. 이맘때 학부모들은 자녀를 어떤 캠프에 보내는 게 좋을지 고민하게 된다. 소소한 야외체험캠프부터 단기 해외어학연수까지 정보는 넘쳐나지만, 그 가운데 옥석을 가리기는 쉽잖다. 자녀를 캠프에 보내 본 경험이 있는 학부모와 전문가들을 통해 어떻게 캠프를 선택하고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살펴봤다.

◆체험형 캠프, 자녀 의사에 귀 기울이세요

"학습 효과를 얻는 것도 좋지만 우선 아이의 취향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민욱(범어초교 5년) 군의 어머니 박지윤(37) 씨는 지난해 여름방학 때 해양소년단의 제주도 캠프(3박 4일), 경제 캠프(1박 2일)에 아들을 보냈다. 학교와 집을 오가는 생활을 잠시 벗어나 많은 경험을 했으면 하는 바람에 벌인 일이다. 잠시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아들의 성격이 더 밝아지고 인내심도 늘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고 했다. 이번 방학 때는 강원도 동강 래프팅 캠프 등 몇 곳을 점찍어두고 저울질 중이다.

"비용도 문제지만 아이의 성격, 흥미에 맞는 주제로 운영되는 캠프를 고르는 것이 우선이라고 봐요. 그 다음은 캠프 주최 측의 신뢰도를 살펴봐야 해요. 학교나 지자체 등 신뢰할 만한 단체를 통하는 것이 실수를 줄이는 길이죠."

캠프 체험은 여름방학 프로그램 중 단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로 떠나는 캠프에 많은 학생이 몰리는 추세다. 그러나 휴가철 항공권 등 문제로 해외 캠프는 이미 조기마감한 것이 많은 데다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신뢰할 만한 단체가 운영하는 것이라면 국내 단기 캠프도 자녀에게 충분히 값진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창의인성교육과 현영철 장학사는 "여름방학은 시간 여유가 있는 만큼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녀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며 "자녀의 생활 태도를 고려하고 캠프 주최 단체의 홈페이지를 꼼꼼히 보면서 내용을 확인한 뒤 캠프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캠프 포털사이트 캠프나라의 김병진 사무국장은 "자녀가 좋아서 선택한 캠프에 보내야만 캠프 기간 중에도 적극적, 능동적으로 다른 참가자와 잘 어울리는 등 기억에 남는 캠프가 될 것"이라며 "강사 1인당 학생 수, 응급상황 발생 시 대책 등도 반드시 체크하고 보험가입 여부도 미리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고기잡이부터 고구려 역사 탐방까지, 다양한 캠프

녹음이 우거지는 여름방학을 맞아 지역 청소년수련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연 속으로 떠나는 캠프를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다. 대구시청소년문화의집은 '봉화 청량산 이나리강 가족 래프팅' '해남 갯벌 체험' 캠프를 연다. 래프팅 캠프는 8월 4일과 22일, 두 차례 1박 2일 일정으로 연다. 민물고기잡이, 산림과학박물관 관람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다. 갯벌 체험 캠프(1박 2일)는 25일과 8월 16일 두 차례 열리고 염전 체험, 공룡화석지 탐방도 하게 된다. 또 해외 문화탐방 캠프 '고구려 역사와 문화, 그리고 백두산'도 진행한다. 8월 8일부터 12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중국 다롄, 단둥, 지안 등 고구려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곳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이다.

달서구청소년수련관은 '석방렴 고기잡이 체험' 캠프를 준비했다. 17일 경남 남해군을 찾아 석방렴에서 고기를 잡아보고 갯벌체험도 할 예정이다. 달서구청은 2박 3일 일정으로 영호남 청소년문화교류캠프를 열고 광주 청소년을 대구로 초청할 초교 5, 6년생을 모집 중이다. 광주 청소년과 함께 대구와 경주 역사 유적 등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좀 더 다양한 캠프를 고르고 싶다면 캠프나라(campnara.net), 한국청소년캠프협회(icamp.or.kr)에서 찾아보자. 주제별, 대상별로 자녀에게 잘 맞을 것 같은 캠프를 선택할 수 있다.

◆영어 캠프, 비용과 프로그램 균형 고려해야

홍경희(40'여) 씨는 지난겨울 아들 김주환(초교 6년) 군을 해외 영어 캠프에 보냈다. 비용이 좀 들었지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많은 학생들이 찾는 필리핀보다는 미국 포틀랜드 지역으로 떠나는 캠프를 택했다. 2개월 동안 진행되는 장기 캠프였지만 공부보다는 낯선 곳에서 생활하면서 독립심을 키우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현지 학교의 정식 수업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공동 과제 수업이 많아 상대를 이해하고 양보하는 법을 배우게 됐어요. 아이가 한결 성숙해진 것 같습니다."

자녀의 영어 실력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은 해외 영어 캠프의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영어 캠프가 난립하다 보니 어떤 곳을 택해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자녀의 안전 문제뿐 아니라 비용 역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한국 학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필리핀. 4주 과정 영어 캠프라면 미국은 참가비가 600만~800만원 정도지만 필리핀은 380만원 내외다. 또 인건비가 싼 덕분에 강사와 1대1 수업을 하는 곳도 많다. 다만 무자격 업체가 많아 캠프 주최 업체부터 일정, 내용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유학타임즈 대구센터 이원희 원장은 참가비가 싼 곳은 프로그램이 허술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캠프 운영 경험이 많은 곳이 비교적 믿을 만하고 프로그램 내용과 비용뿐 아니라 자녀의 영어 실력을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좋다"며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국내에서 진행되는 캠프로 눈을 돌리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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