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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작곡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공연문화도시를 표방하는 대구가 공연 소비도시가 아닌, 공연 생산도시로서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건 너나 할 것 없이 예술가가 많아져야 하고 그러려면 경쟁력 있는 예술가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이 계발돼야 한다. 필자는 대구에서 뮤지컬 음악을 만들고 뮤지컬 전문극단 '맥 씨어터'(MAC Theatre)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작곡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대구는 한강 이남에서 작곡을 전공하는 대학 학과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매년 100명이 훌쩍 넘는 작곡 전공자들이 졸업하고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작곡을 공부하려 대학에 진학한다. 필자도 여러 대학에서 작곡전공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는데 뮤지컬이나 영화음악 또는 대중음악가로서 꿈을 갖는 학생들이 꽤 많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 대부분이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포기를 한다. 그들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수업과는 별개로 틀에 짜여 있고 일부 학생들만을 위한 커리큘럼을 따라가다 불만을 느끼고 체념해버린다. 그래도 지금까지 매 학기 낸 비싼 등록금이 아까워서라도 졸업은 해야 하고 지도 교수와의 관계를 위해서라도 묵묵히 참으며 졸업까지 한다. 하지만 막상 졸업을 해도 자신이 배운 작곡의 기능을 활용할 기회를 얻기가 어렵고 또 기회가 왔다고 해도 졸업할 때까지의 많은 시간을 참아야 한다. 그 많은 시간 동안 준비 안 된 자신을 돌아보며 결국 오선지와 펜을 손에서 아예 놔 버리는 것이다. 가정 형편이 그나마 좋아 피아노 학원이라도 하나 차리면 성공한 거다.

대부분은 작곡과에 입학할 때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고 음악을 들으며 감동하면서 커피 한잔을 마시는 '폼 나는' 상상을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건 작곡 전공자뿐 아니라 모든 음악 전공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문제점을 지적해 보라면 각 대학의 작곡과 교수들이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작곡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나 작곡가로서의 꿈을 꾸는 이들이 더욱 정신을 차려야 할 때임을 말해주고 싶다. 4년을 공부했음에도 기초가 너무 약해 오케스트레이션은 물론이고 피아노 반주조차 붙이기 어려워하는 모습은 아니다. 영화의 주인공처럼 폼 나는 상상만 했지, 작곡가로서 음악을 진정성 있게 존중하고 사랑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다.

이 세상 모든 음악은 이를 만드는 예술가가 아는 만큼, 보는, 느끼는 만큼, 상상하는 만큼 만들게 된다. 이 말은 뭘 알아야 상상을 하거나 느낀다는 것이다. 그저 현실을 불평하고 아이처럼 투정만 부리지 말고 어떠한 경험이나 가르침에 감사하고 현재 과정에 충실하고 시야를 넓히며 도전을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필자도 클래식 작곡을 하다가 2001년도부터 10년이 넘게 뮤지컬을 작곡해오면서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9살에 교향곡을, 12살에 오페라를 작곡하기 시작해 불과 35살에 626개의 번호가 붙은 작품을 만든 천재 모차르트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한 시대의 엄청난 대중 음악가였던 모차르트의 '유목민 정신'을 이어받아 차별화를 통해 경쟁조차 필요가 없는 '블루오션'(blue ocean)을 개척하기 기대한다.

윤정인 /뮤지컬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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