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역구 의원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의원총회나 본회의, 각종 포럼이나 회의 등 공식 행사가 끝나면 그 길로 지역으로 회귀(?)하기 때문이다.
2012년 4월 11일 총선거가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현역 의원들의 불안감은 날이 지날수록 커진다. '현역 의원에 대한 피로감'은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이제 보수의 텃밭인 TK에서 한나라당 일색에 대한 반감, 정치권의 무기력에 대한 불신, 민주당 의원도 뽑아 경쟁구도를 짜자는 여론이 비등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들은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기자에게 묻기도 한다.
지역의 한 의원은 "대구 12명의 현역 중 3명 정도는 불출마를 할 것이고, 나머지 9명 중 3명 정도는 물갈이가 되지 않겠냐"며 "불출마를 하든, 공천을 받지 못하든 한나라당 국회의원 6명이 바뀌는 것은 엄청나게 큰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역 여론'보다 '당의 뜻'(공천)을 더욱 중시하던 분위기도 많이 바뀌고 있다. 이런 현상은 어디에 줄을 서야할 지 모를 정도로 복잡한 한나라당 당내 사정에도 일부 기인하지만 지역 홀대의 전통에 변화가 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지난 4'27 재보궐선거에서 나홀로 운동에 나섰던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당선되고, 분당을 강재섭 후보가 탄탄한 조직력에도 낙선하자 TK에서도 민심 이반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경북의 한 중진 의원은 "만나지 못한 사람, 만나지 못할 사람들과 조우하는 행사를 열어 바닥을 처음부터 다시 다지고 있다"고 했다. 집토끼와 산토끼를 동시에 잡으면서 사전선거운동 단속에 걸리지 않고 지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전략 마련에 부심한다. 그래서 출현한 것이 '총선용 맞춤형 행사'다. 또 민심을 얻기 가장 손쉬운 방법이 '튀는 의정보고서'를 만드는 것인데 특히 올해 선관위에 이와 관련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다 내년 총선 불안감 때문이다. 한 의원은 최근 의정보고서를 CD로 만들어 택시기사들에게 제공하고 네비게이션이나 DVD로 보낸 것은 선거법에 저촉되는지 묻기도 했다.
지역 유지에서부터 거물급 인사까지 지역구를 넘보는 도전자들의 등장도 현역 의원들에게는 불안 요소다. 어떤 경우 '공포감'에 전전긍긍한다. 여기에는 비례대표인 현역 의원들도 가세하는 형국이다. 적게는 3, 4명에서 많게는 10명 안팎까지 지역구 다지기에 나서면서 신경전도 이만저만 아니다. 예산을 따온 주인공이 서로 자기라면서 싸우는 현역 의원과 자치단체장도 있다. 거기다 여기까지는 한나라당 공천 경쟁이지만 민주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등 야권 주자들까지 서민 품으로 파고 들면서 총성은 들리지 않지만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근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 난파선'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에서 보좌진 채용에 나섰는데 현역 한나라당 국회의원 보좌관의 상당수가 원서를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집권 여당이 난파 직전에 있어 쥐들이 먼저 대피한 것"이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한나라당은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대구경북에서 '망신'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면서 오히려 공평한 경쟁이 시작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역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출마자 모두 같은 출발선에서 준비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어느 때보다 현역 국회의원들의 낙선에 대한 우려로 인한 긴장도가 높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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