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시 보는 한의학] 산부인과-②유산

유전자 이상 유산 확률 5%…건강한 아기집 만들기 집중

절박유산은 임신 이후 복통과 출혈을 동반하는 유산이고, 계류유산은 자궁 내에서 태아가 심장박동이 없는 상태로 사망한 경우를 말한다. 유산의 2가지 형태는 증상과 발생하는 시기적인 차이는 있지만 어찌됐건 임신이 정상적으로 유지되지 못하고 종결되는 것이다. 이런 유산이 3차례 이상 반복될 경우 '습관성 유산'이라고 말하게 된다.

반복 유산으로 인한 심리적 고통은 점차적으로 임신 자체를 부담스럽게 만든다. 인공수정을 시도하는 경우에도 1차 관문을 넘어서면 언제든 유산이라는 관문을 만나게 된다. 유산은 단순히 특정 여성의 문제라기보다 불임과 관계된 여성의 공통적 문제다.

유산에서도 여전히 소홀해지는 것은 자궁의 조건과 환경이다. 이 부분은 인공수정의 문제에서도 흔하게 보이는 무관심이지만 유산 역시 개체적인 것, 인자적인 것, 물질적인 것에 과도하게 관심이 집중된 측면이 있다.

흔히 임신 20주 전에 자연유산을 경험하는 많은 여성들은 산부인과에서 염색체 이상이란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 말 그대로 수정체 자체, 배아 자체가 이미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유산이 됐다는 것.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는 원인이다.

하지만 실제 유전자 이상으로 확인되는 조기 유산의 원인이 몇 퍼센트 정도인 지를 따져보면 그런 표현은 그리 신빙성이 없다. 유전자 이상이 비록 확실한 원인 중 하나이긴 하지만 오로지 그것으로 인해 유산이 생길 확률은 5% 정도다. 자궁경부의 기형이나 감염 등도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이것 역시 확률은 한자리 숫자를 넘지 못하며 내용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이러한 원인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단순한 유산 인자의 문제가 아닌 자궁의 환경적 요인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유산은 임신 6~12주 사이에 빈번하게 일어나며 13주가 지나면 그 빈도가 많이 줄어든다. 이것은 태반이 완전하게 형성되면 유산은 일어나지 않는다. 태아와 모체를 잇는 태반의 건강이 초기 유산을 예방하는 관건인 셈. 즉 태반 형성 이전까지 임신은 자궁의 환경에 의해 유지되는 것으로 자궁의 적절한 온도와 혈액상태, 내막의 조건 등이 임신 유지의 절대적인 조건이 된다.

따라서 당연히 치료의 방법은 환경적이며 조건적인 것에 집중돼야 한다. 유산으로 고통받는 여성의 준비되지 않은 임신은 악순환의 연속이 될 수 있다. 임신과 출산은 요행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완전한 조건이 갖추어진 상태에서만 자연스런 과정일 수 있다다. 불임과 유산에 대한 한방치료의 방법은 단순한 1차적인 임신 성립에 있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태아의 성장을 위한 자궁의 건강한 상태와 이를 유지시키는 모체의 건강한 생명력을 돕는데 있다.

백승희<오드리여성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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