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무원 허위출장비 "급여가 적어…?"

출장시간 상관없이 월 20만∼24만 신청…대구시 감사실 "잘못된 관행

최근 검찰에 적발된 대구 달성군청 공무원들의 상습적인 출장비 허위 청구 비리(본지 8일자 4면 보도)가 공직사회 전반에 만연한 것으로 드러나 근절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대구시 감사관실은 이달 7일 모 구청에 공직기강 감찰을 나갔다. 그런데 직원이 20여 명인 한 부서에서 출장을 갔어야 할 직원 서너 명이 버젓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허위로 출장신청을 해놓고 근무중이었다.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르면 출장비는 1인당 한 달 기준으로 구'군에 따라 10~12일까지 한도를 정해 지급하고 있고 출장시간이 4시간 이상일 경우 2만원, 4시간 미만은 1만원을 지급한다.

그러나 각 구'군 공무원들은 실제 출장을 가지 않았더라도 정해진 한도 일수만큼 일괄적으로 출장비를 신청해 타가는 것이 관례화돼 있다. 실제 출장 시간과 관계없이 4시간 이상 신청하고 있다. 직원 한 명이 매월 20만~24만원을 국고에서 허위로 빼가는 셈이다. 이는 출장 업무가 많지 않은 지원 및 민원부서에서도 같은 현상이다.

이처럼 공무원 조직 전체가 출장비를 과다수령하거나 횡령하고 있지만 해당 공무원들은 불합리한 현행 급여체계 때문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대구시내 한 구청 공무원은 "명백한 불법이지만 부족한 급여를 보전하는 수당 개념으로 서로 묵인하에 지급하고 있다. 이 돈 중 일부는 부서 업무추진비로도 쓰고 있다"고 털어놨다.

출장이 많을 수밖에 없는 건축'교통'건설'도시관리'재난관리 등 사업부서 직원들의 경우 사업비에 포함된 부대비용 중 일부를 출장비 명목으로 수당처럼 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부대비용은 출장뿐 아니라 방한복, 기자재 등 각종 비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기 위해 책정된 예산이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이 최근 달성군청 공무원들의 출장비 행태를 수사한 결과, 사업부서 직원들이 출장 여비를 회계부서에 신청하면 부대비용 중에서 내주는 방식으로 1인당 월 30여만원씩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하위직 공무원은 부족한 급여를 보전하고, 간부직 공무원들은 부대비를 받아 부서 회식이나 전별금 등 판공비처럼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구 각 구'군 공무원들은 현행 급여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공무원이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시간외 수당은 시간당 7천원, 하루 4시간이 최대이기 때문에 휴일에 하루 종일 일해도 3만원을 채 받지 못한다"며 "출장비가 제대로 쓰일 수 있으려면 수당을 현실화하고 업무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행 여비 규정상 출장이 많지 않은 비사업부서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급여상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업무 보전 수당을 현실화하면서 출장비 감사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시 감사실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각 산하기관과 사업소, 구'군을 대상으로 공직기강 감찰을 벌이고 있다"며 "출장비 횡령이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겠다"고 밝혔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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