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최전선에서 지휘관이 별이 그려진 번쩍이는 철모를 쓴 채 장군기를 휘날리며 돌아다니면 어떻게 될까. 저격수나 포격의 표적이 되기 십상일 것이다. 태평양전쟁 최대의 격전이었던 오키나와 전투의 미군 지휘관 사이먼 B. 버크너 육군 중장이 바로 그랬다. 그는 2차 대전에서 전사한 미군 최고위 장성이다.
군인 가문 출신으로 1886년 오늘 미국 켄터키주에서 태어났다. 태평양전쟁 초기 알래스카 방위군 사령관을 거쳐 오키나와 전투를 지휘했다. 그는 작전 내내 최전방을 돌아다니며 직접 적진을 관측했다. 용맹했지만 문제는 일본군에게 '미군 최고지휘관이 여기 있소'라고 알리며 지휘를 했다는 점이다. 그때마다 일본군의 포탄이 날아왔지만 다행히 다른 곳으로 이동한 뒤였다. 그러나 1945년 6월 18일에는 그런 행운이 따르지 않았다. 철모의 별 세 개가 선명하게 보인다는 아군의 경고 무전을 받고 아무 표식이 없는 철모로 갈아썼으나 곧바로 일본군의 포탄이 작렬했다. 그로 인해 가슴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야전병원 수술대 위에서 숨졌다. 그로부터 5일 뒤(6월 23일) 오키나와 전투는 끝났다. 그러기에 어쩌면 무모했던 그의 용맹은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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