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돌아온 피정의 계절, 피안의 세계로 떠나볼까

아늑한 성지에서의 며칠밤, 묵상의 향기 계명의 은혜에 흠뻑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의 공동기도 시간. 이 시간은 수도사와 신자, 피정 참가자들이 모두 참여한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의 공동기도 시간. 이 시간은 수도사와 신자, 피정 참가자들이 모두 참여한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피정(避靜)의 계절이 돌아왔다. 불교에 템플스테이가 있다면 천주교에는 피정이 있다. 피정은 피세정념(避世靜念)의 줄임말로 일상에서 벗어나서 어떤 생각 안에 머문다는 의미로 템플스테이보다는 일반인에게 좀 늦게 알려졌지만 최근에 신자가 아니라도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불교의 템플스테이가 불교문화 체험에 중점을 둔다면 피정은 마음의 준비와 일상에 대한 반성, 하느님과의 만남, 새로운 생활의 결심 등 실천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피정 살짝 체험해 보니…

경북 칠곡군 왜관읍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이곳은 다양한 피정 프로그램으로 신자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입소문이 났다. 박진형(35) 신부는 "목사나 스님은 물론, 직장인, 주부, 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온다. 단체의 경우 오는 팀에 따라 프로그램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기자는 비신자이지만 도대체 피정이 어떤 것인가를 직접 체험해 보기로 했다. 정식으로는 1박 2일이나 2박 3일 피정을 해야 하나 개인피정은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어 잠깐이나마 느껴보기로 한 것. 먼저 공동기도에 참가했다. 공동기도는 아침과 낮, 저녁, 끝기도와 미사 등 하루에 5차례 진행된다. 성당 내부에 들어서자 고요하면서도 성스러운 기운이 느껴진다. 하얀색 수사복을 입은 수도사들이 하나둘 입장하더니 앞쪽 성당 내부로 들어온다. 에어컨 가동 소리만 들릴 뿐 정적이 흐른다. 눈을 감자 세상 소음은 이내 잊어버린다. 공동기도가 시작되자 수사들은 그레고리안 성가를 일제히 부른다. 청명한 노래에 자연스레 마음이 평안해진다.

개인피정의 경우 공동 기도를 마치면 자유 시간이다. 개인피정의 집을 들렀다. 피정의 집의 룸은 일반 방과 다름이 없었다. 단지 책상 위에 성경책이 놓여 있었고 벽에 십자가와 그리스도의 벽화가 걸려 있었다. 십자가에 한동안 시선을 고정했다. 귓가로 새 소리가 청명하게 들려왔다. 박 신부는 "개인피정을 오는 이들은 마음적으로 힘든 경우가 많다. 이곳에서 세속의 시름을 조금이나마 털어버린다"고 했다.

3박 4일 단체피정을 경험한 이정윤(43) 씨는 "천주교 신자이면서도 일상 속에서는 자기 중심으로 살기 때문에 하느님을 잘 느끼지 못한다. 피정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고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피정에서는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맘껏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한결 개운해진다는 것. 이 씨는 "성체조배를 할 때는 마음이 정화돼 목놓아 우는 사람들도 적잖다"고 했다.

◆대구경북의 피정 가능한 곳은?

일반적으로 피정은 주말을 이용해 1박 2일로 많이 한다. 하지만 휴가나 방학이 되는 여름이면 피정 신청이 많다. 특히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전국적으로 피정이 가장 활발한 시기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의 대표적인 피정 프로그램은 수도생활체험학교다. 1년에 두 차례 하는 이 프로그램은 2002년부터 시작해 올여름이면 32차를 맞는다. 방학을 이용, 고등학생 이상 만 31세 이하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잠깐 수도사가 돼 2박 3일이나 3박 4일 수도생활을 체험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이 밖에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서는 렉시오 디비나(성경 묵상·당일)나 젊은이 기도모임(1박 2일) 등이 있으며 단체피정은 단체의 요구에 따라 맞춤식으로 이뤄진다.

대구경북의 피정 프로그램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7월 28~29일/경북 칠곡군/옹달샘 어린이 피정(연화리 피정의 집)/054-973-4835

▶8월 6~7일/경북 봉화군/초록빛교실 가족캠프(우곡성지) /011-827-2275

▶8월 6~8일/경북 영천시/푸른평화 어린이 여름자연학교(영천산자연학교) /054-338-0530~1

▶8월 12~14일/경북 칠곡군/제2차 남녀젊은이 수도생활체험학교(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054-971-0722

▶8월 12~15일/경북 칠곡군/제32차 수도생활체험학교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054-971-0722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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