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성이 강하고 사행성이 두드러진 TV경마장에 젊은층과 여성들이 몰리고 있다. 이달부터 발매된 연금복권은 없어서 못팔지경이고, 성인오락실도 폭발적인 증가세다. 특히 일부 여성들은 '경마장계'까지 조직해 TV경마장을 드나들면서 일확천금을 노리고 있다.
◆여성과 젊은층 급증="때릴 때 확 때려라. 가진 돈 10만원 다 때려라. 그래야 본전 찾는다."
17일 오후 대구 달성군 가창면 TV장외경마장. 마권 발매 종료 3분 전이라는 장내 방송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때려라'는 말이 들렸다. '때리다'는 경마장에서 돈을 건다는 은어. 주부 박모(39) 씨는 "아직 초보여서 경마에 대해 잘 아는 지인에게 몇 번 경주마를 택할지 상의해 돈을 건다. 친구들끼리'경마장 계'를 만들어 자주 들른다"고 했다.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경마장에 최근 들어 여성과 20~30대 젊은층의 발길이 꾸준히 늘고 있다. 보름 전 처음 경마장을 찾았다는 주부 정모(48) 씨는"친구끼리 앉아서 수다도 떨고 적은 돈으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대학생 박모(23'여) 씨는"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온다. 로또보다 걸릴 확률이 높아 친구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고 했다.
이곳에서 청소 용역일을 하고 있는 한 여성은 "지난해만 해도 주부와 청년들은 10%도 채 안 됐지만 올해 들어 부쩍 늘기 시작해 전체 손님의 20%가량은 여성과 젊은층"이라고 전했다.
한국마사회 대구지점에 따르면 2002년에 문을 연 이곳 TV장외경마장의 하루 평균 수익은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10억3천만원, 총수익은 741억원으로 지난해 하루 평균 수익 9억6천800만원에 비해 15.6% 증가했다.
◆연금복권 인기 폭발=이달 대구시 북구 칠성동 한 복권가게. 이달 1일 출시돼 1등에 당첨되면 20년간 매달 500만원씩 12억원을 받을 수 있는 연금복권을 사러 시민들이 쉴새없이 들락거렸다.
직장인 김모(47) 씨는 "앞으로 20년 동안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준다고 하니 귀가 솔깃해졌다"고 했다.
같은 날 서구 평리동 또 다른 복권가게. 복권명당으로 소문난 이곳에는 30분 동안 50명이 넘는 손님이 다녀갔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연금복권을 찾았다. 1만원을 주고 연금복권 10장을 구입한 이모(38'대구시 산격동) 씨는 "매주 5천원어치 로또복권을 구입했지만 최근 나온 연금복권으로 갈아탔다. 구입 액수도 2배로 늘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금복권은 매회 무조건 2명의 1등 당첨자가 나오고 당첨 확률도 로또복권의 2배여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한 회에 630만 장의 연금복권이 발매되고 있지만 지난 3주차까지 100% 팔렸다. 복권에 무관심했던 사람들도 연금복권 구매에 달려들고 있다. 주부 이모(48'대구 산격동) 씨는 "명칭에'연금'이라는 글자가 붙어 건전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승협 대구대 교수(사회학과)는 "정부가 '연금'이라는 명칭을 붙여 복권 상품을 내놓은 것은 서민들이 노후에 불안해하는 사회 분위기를 노린 일종의 마케팅 수법"이라며, "연금복권은 복지 문제에 근본적으로 고민을 하지 않는 정부의 모습이 감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백경열'황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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