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3시 영천시 금호읍 신대리. 포도 농사를 짓는 김무수(54) 씨는 이상저온으로 잡초투성이가 된 과수원을 둘러보며 한숨을 쉬었다. 1만6천500㎡(5천 평)의 포도 과수원 가운데 포도나무 절반 이상이 얼어 죽거나 말랐기 때문이다. 듬성듬성 난 포도 씨알도 상품성이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김씨는 "얼마 되지 않는 생계비를 받았지만 동해를 예방할 수 있는 시설 개선이나 재해보험 제도 보완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북지역에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이상 저온으로 인한 과수 농작물 피해(냉해 또는 동해)가 심각하지만, 경북도의 대책은 일회성에 그치고 있다.
김익기(55'청송군 현동면 개일리) 씨는 사과밭 2만㎡(6천 평) 중 이상 저온으로 나무가 죽거나 꽃눈이 까맣게 시들어 착과가 되지 않는 등 사과나무의 절반가량이 저온 피해를 입었다. 김 씨는 올 초 400만원을 들여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했지만 동해는 보상대상에서 제외돼 보험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김 씨는 "꽃피는 4월에서 수확이 끝나는 11월까지가 보험 기간이라서 동해가 심했던 1∼3월에 당한 피해는 보상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자두농사를 짓는 문종동(56'김천시 구성면 미평2리) 씨는 "열매가 거의 달리지 않거나, 띄엄띄엄 달리는 등 1만㎡(3천 평)에서 생산된 자두 양이 예년에 비해 절반가량 줄었다"며 "죽은 나무를 걷어내고 새 묘목을 심어도 수확하기 위해선 5년은 다시 기다려야 하고 또 빚을 내야 하기에 답답하다"고 말했다.
과수농가들은 이상 저온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단순한 생계비 지원이 아니라 재배법 및 시설 개선, 품종 개발, 농작물재해보험 보완 등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정부와 경북도에 요구하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올해 경북지역 과수 저온 피해 면적은 9천574㏊로, 전체 과수 재배면적(4만7천745㏊)의 20%에 달한다. 사과가 5천544㏊로 피해면적이 가장 넓고, 포도(2천843㏊)와 자두(827㏊) 등 순이다.
경북도는 지난 5월 농림수산식품부에 지원을 요청해 이달 13일 농어업재해대책심의회에서 농업재해로 인정돼 과수 저온 피해 농가에 대해 108억원(국비 75억원)의 지원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생계비 차원의 재난복구비에 불과해 농작물재해보험 개선 등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
영남대 원예학과 윤해근 교수는 "이상기후가 매년 이어져 오고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사후지원뿐 아니라 사전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과 조정건 연구사는 "현행 농작물재해보험은 태풍, 우박 피해를 기본으로 하고, 동해는 특약으로 돼 있어 농가들이 비용부담을 이유로 보험 가입을 꺼리고 있다"며 "저온으로 인한 피해가 나중에 열매를 맺는 데 영향을 미치기에 농작물재해보험에 동해 등 저온 피해를 포함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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