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지역화폐

대구 달서구 본동종합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늘품 지역화폐' 사업이 눈길을 모으고 있다. 복지관 회원들이 시간 날 때 도시락 배달, 카페 서빙 등 노동을 제공하고 시간당 2천500품(2천500원)의 '품' 마일리지를 적립, 복지관 나눔터에 나오는 물품을 '품' 마일리지를 이용해 받을 수 있는 형태다. 850여 명의 '늘품' 참여 회원이 하루 평균 100건의 거래를 하며 지난 7년간 1억 7천만 품이 쌓일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지역화폐는 지역 내에서만 유통되는 유'무형의 화폐로, 필요할 때 스스로 참여하여 만들어 내고 재화와 서비스를 주고받게 된다. 우리 선조들의 협동 문화인 '품앗이' 정신이 담겨져 있어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며 지역 공동체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국내에서 몇몇 지역에 지역화폐가 있지만 대부분 유명무실한 상태인 반면 본동종합복지관의 지역화폐는 활발하게 유통된다고 하니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화폐는 1983년 캐나다 코목스밸리에서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이 마을의 목재 산업이 침체돼 실업자가 양산되자 넘쳐나는 노동력을 지역화폐를 이용, 물품과 교환하도록 해 지역 공동체가 되살아났다. 모범적으로 발전시킨 곳은 영국의 토트네스이다. 이 지역은 1986년 광우병 사태로 타격을 입자 '토트네스 파운드'라는 지역화폐를 도입, 지역의 노동력으로 친환경 목축과 유기농을 발전시키고 지역 자체 에너지 생산까지 성공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1983년 이전에도 지역화폐를 응용한 사례가 있다. 1932년 경제 공황의 여파에 시달리던 오스트리아의 뵈르글은 공무원의 봉급과 공공 사업비를 지역화폐로 지불, 지역 경제를 일으켰다. 1970년대 초 빈민이 많고 쓰레기가 널려 있던 브라질의 쿠리치바는 쓰레기를 수거해 오면 버스 토큰이나 식품 교환권을 지급해 도시 환경을 몰라보게 개선시켰고 이는 나중에 세계적인 생태도시로 탈바꿈하는 기반이 됐다.

지역화폐와 함께 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등을 지역 내에서 소비하는 로컬푸드 운동도 관심을 끈다. 대형 유통업체 등에서 지출되는 돈이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고 외국산 식품이 식탁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지역화폐와 로컬푸드 운동은 장거리 이동으로 인한 연료 소비와 환경 파괴, 농약 및 방부제 사용 등의 폐해를 줄이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지석 논설위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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