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 냉(冷) 국수 면(麵)'. 여름철 별미인 냉면의 계절이다. 냉면은 북한이 원조인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이다. '냉면 맛은 동치미 맛'이라고 한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겨울에 먹는 음식'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냉면을 '여름철 음식의 대명사'로 즐긴다. 대구시청 환경정책과 직원들은 점심시간이나 회식 때 시청에서 가까운 부산 안면옥이 단골이다. "삼복더위를 견디기에는 냉면이 최고"라는 것이 그 이유다.
대구에는 냉면 전문집이 많다. 손꼽히는 전통적인 3대 냉면 명가는 강산면옥'대동면옥'부산안면옥이다. 반세기가 넘도록 모두 이북식 원조 냉면 맛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맛 평가는 서로 다르다.
부산안면옥은 대구 중심가 대구시티센터 바로 옆에 있다. 방수영(80)'홍기량(73) 씨 부부가 1969년 문을 연 후 한결같이 그 자리다. 부산안면옥은 독특한 영업방식이 있다. 4월 1일부터 영업을 시작하여 9월 말쯤, 추석 전날 문을 닫는다. 늦가을과 겨울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지켜온 영업방식이다. 휴업기간 동안 방 대표 부부는 배낭여행을 떠난다. 이젠 둘째 아들 문진(43) 씨가 가업을 이어받았다. 십수년 동안 집안일을 도와 온 문진 씨는 "단골손님들의 성화가 빗발쳐 이젠 영업방침을 바꿀 계획"이라고 귀띔한다.
부산안면옥의 전통은 냉면을 먹기 전 구수한 온육수 한 주전자를 제공하는 것이다. 사골과 사태살, 풍기인삼을 넣어 구수하고 향긋한 온육수다. 냉면을 즐기기 전 온육수 한 컵을 마시면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다. 냉면이 등장했다. 일단 푸짐한 양이 맘에 든다. 방 대표는 '냉면을 가장 맛있게 먹는 법'은 "그 집에서 제공하는 본래의 맛, 그대로를 즐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식초와 겨자로 자신의 입맛에 적절하게 맞춰 먹는 것도 중요하다. 대구시청 환경정책과 박귀희 주무관은 "물냉면을 즐기는데 겨자의 톡 쏘는 맛과 약간의 식초로 간을 하면 더 맛있다"고 말한다. 정현옥 주무관은 "비빔냉면의 쫄깃함에다 매콤 달콤한 양념 맛이 인상적이다"고 한다. 권태일 주무관은 "겨울에도 종종 냉면이 먹고 싶지만, 이 집은 문을 닫아서 섭섭하다"며 "매년 영업을 시작하는 첫날인 4월 1일이 되면 대문에 길게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문영 주무관은 "가끔 가족들과 함께 오는데 모두 이 맛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도영희 주무관은 "퇴근 후 운동을 하고 목이 마를 때 시원한 물냉면 한 그릇 하면 몸이 확 풀린다"며 전문가 수준의 평을 한다.
유명한 냉면집일수록 막상 맛을 보면 평범하고 밋밋한 것 같다. 하지만 냉면 애호가들은 "정통 냉면은 결코 자극적이지 않은 수수한 맛"이라며 "언제나 질리지 않고, 은근하게 맘을 당기게 하는 맛 그게 일류 냉면집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부산안면옥은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집에서 직접 우려내 냉면 맛국물을 만든다. 면도 직접 뽑는다.
비빔냉면과 물냉면의 면발은 성분이 다르다. 비빔냉면은 100% 전분으로, 물냉면은 메밀에다 전분을 섞어서 만든다. 그 이유는 비빔냉면은 자극적인 맛을 원하는 분을 위해 좀 더 쫄깃하게 만든다. 물냉면은 은은한 맛을 내기 위해 조금 잘 끊어지게 한다.
육수 맛은 조금 싱거운 듯하다. 하지만 이 맛이 수십 년째 이어져 내려오는 은근한 진짜배기 맛이다. "전통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중의 입맛에 영합하면 안 된다"는 1대 방수영 대표의 고집 때문이다. 부산안면옥의 냉면 맛을 보면서 "우리 입맛이 그동안 너무 화려한 양념 맛에 길들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너희가 냉면 맛을 아는가?"라는 전문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냉면(평양'함흥)은 7천500원이다. 사리 추가 2천500원. 갈비탕 7천500원, 만두백반 6천원, 만둣국 5천500원, 제육(돼지고기) 1만2천원, 수육(한우) 2만8천원, 쟁반 5만5천원, 불고기 1만7천원. 예약은 053)424-9389.
##추천 메뉴-어복쟁반
갈빗집은 보통 갈비를 즐긴 후 냉면을 먹는다. 하지만 전통 냉면집에는 '어복쟁반'이다. 어복쟁반은 양념 쇠고기 전골이다. 삶은 쇠고기 양지머리에다 파'버섯'배 등 10여 가지의 채소와 양념으로 간을 해 멋진 맛을 만든다. 주방에서 살짝 익혀 나와 조금만 더 가열해 김이 솔솔 올라올 때 먹으면 된다. 구수한 고기 맛과 양념이 어우러져 맵싸하다. 그 담백한 맛이 끝없이 입맛을 유혹한다. 한서(漢書)에 '대미필담'(大味必淡)이란 말이 있다. '정말 좋은 맛은 담백한 맛'이라는 뜻이다. 담백한 맛은 깊이가 있다. 어복쟁반 맛에 반하면 자칫 냉면을 먹으러왔다는 사실을 잊을 수 있다.
이홍섭 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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