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맞은 캠퍼스, 계절학기는 필수?'
지역 한 사립대 2학년 이모(20) 씨는 정규 학기 때보다 더 바쁜 여름방학을 보냈다.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열린 계절학기 수업에 참석하느라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3주일 내내 강의실로 등교한 것. 이 씨는 수강료 42만원을 내야 했고, 여름방학의 거의 절반을 학교에서 보내야 했지만 '잘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4학년 때 취업준비에 전념하려면 미리 학점을 따두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했다"며 "계절학기 수강생 상당수가 나와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름방학을 맞은 지역 대학캠퍼스가 계절학기 수강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계절학기 제도는 당초 성적이 낮은 과목을 재수강해 원하는 점수로 끌어올리는 '학점관리용'으로 활용돼 왔지만, 최근에는 취업 스펙에 여유를 갖기 위해 미리 졸업학점을 채우는 목적으로 더 많이 이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4학년 생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계절학기에 2, 3학년생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사립대 경영학과 3학년 최모(22) 씨도 '설득 커뮤니케이션' '토론과 프레젠테이션' 등 2과목을 이번 여름계절학기 과목으로 선택해 수강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3주 내내 수업을 듣고 중간'기말고사를 치르며 강행군했다. 최 씨는 "요즘 계절학기 강의실에는 4학년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2, 3학년들이 대부분"이라며 "군대를 다녀오기 전과는 다른 풍경인 것 같다"고 했다.
계절학기를 수강하는 대학생들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2006년과 2011년의 여름 계절학기 수강생 수를 비교해보면, 계명대가 1천743명(50개 강좌)에서 2천315명으로 크게 늘었고, 영남대가 1천770명(39개)에서 1천872명(37개)으로 늘었다. 계절학기에는 최대 2과목까지 신청할 수 있는데, 계명대가 2천315명 중 600명, 영남대가 1천872명 중 817명으로 집계됐다. 대구대는 같은 기간 2천214명에서 2천171명으로 수강생 수가 조금 줄었지만, 강좌 수는 62개에서 68개로 오히려 늘어났다.
비용도 만만찮다. 지역 대학의 2011년 여름계절학기 수강료는 영남대가 학점당 9만원(2006년 7만원), 대구대가 7만2천원(6만5천원), 계명대가 7만원(6만원), 경북대가 3만원(2만5천원)으로 최근 3, 4년간의 등록금 동결에도 불구하고 인상돼 왔다. 영남대 경우 3학점짜리 2과목 수강시 5년 전 42만원에서 54만원으로, 계명대 경우 36만원에서 42만원으로 오른 셈이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과거에는 성적이 안 좋은 학생들이 학점을 높이기 위해 계절학기를 수강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4학년 때 취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리 학점을 따두려는 학생들이 많아졌다"며 "적지않은 비용을 내고 계절학기에 몰리는 현상이 씁쓸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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