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인재는 어떤 사람일까? 동국대 조벽 교수는 '하늘(天)같이 활짝 열린 사고력인 창의력, 땅(地)과 같이 단단한 전문적 기반인 전문성, 남과 함께(人) 더불어 사는 능력인 인성을 갖춘 사람'이라고 했다. 표현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매일 읽으면서 마음을 다졌다. 창의력과 전문성, 그리고 인성은 미래 인재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당연히 인재를 뽑는 선발 시험도 그러한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경북대학교에서 AAT 모의고사를 실시하고 문제 유형을 공개한 다음, 어느 언론 보도를 그대로 가져오면 이렇다.
경북대가 올해 수시모집에서 논술고사를 폐지하는 대신 도입하는 대학진학적성검사(AAT:Academic Aptitude Test)의 유형이 논술고사와 다름없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2일 대구의 한 입시학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나온 AAT 모의고사 문제지를 처음 본 순간 논술과 비슷한 유형에 깜짝 놀랐다"며 "새 전형 때문에 그동안 학생들에게 진학지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기다렸는데 문제지를 보곤 실망했다"고 말했다. 또 이 학원은 "시험을 본 학생들도 마찬가지 반응이어서 경북대의 갑작스런 논술 폐지와 AAT가 수험생에게 혼란만 준 결과가 됐다"고 주장했다.(Y뉴스)
이러한 보도는 다소 실망스럽다. 칼럼을 쓰고 있는 나도 개별적인 의견에 불과하지만 '대구의 한 입시학원'이 대구 교육의 전부는 아니다. 최소한 인터뷰는 다양한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문제지를 보고 실망했다'고 했는데 그러한 실망의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이유는 없다. 아마도 기존의 논술고사와 유형이 비슷했기 때문이었을 게다. 하지만 경북대학교 측에서는 반복해서 그동안 논술고사를 착실히 준비한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발표하지 않았나? 그러면 학원 측에서는 어떤 문제 유형을 예상한 것인가? 문제는 평가에 반영된 교육철학과 고등학교 교육과정과의 연계이다. 비판을 하려면 거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경북대학교에서 발표한 AAT고사의 목적을 한번 읽어보자.
'AAT고사는 지식기반사회에 부응하는 통합적이고 논리적인 사유를 하는 인재를 선발하고 육성하기 위한 것으로서, 암기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자기 주도적인 학습능력, 독서와 토론 등을 통한 사고능력의 배양을 목적으로 한다.'(AAT고사의 목적 : 경북대학교 발표)
AAT고사의 가장 기본적인 본질은 교과별로 독립된 시험이 아니라는 점이다. 분명 21C는 통합적이고 논리적인 사유를 하는 인재가 필요하다. 학교교육이 그러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은 필연적인 시대의 요청이다. 나아가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던 주입식, 암기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는 틀을 제공해야 한다. 현대사회는 지식을 배우는 시대를 넘어 지식을 활용하는 시대이다. 아무리 많은 지식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활용할 수 없으면 무의미하다. 존재하는 지식을 활용해서 자신의 삶에 주어진 문제를 자기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AAT고사의 문제 유형들이 이러한 교육의 비전을 실질적으로 모두 갖추고 있느냐는 것은 다시 하나하나 검토할 필요가 있지만 대학이 내세우고 있는 목적은 분명 긍정적인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
언론이나 교육 담당자들이 비판하고자 한다면 바로 그 지점이다. 사실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교육쟁점들은 명확한 답을 발견하기 어렵다. 그만큼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욕망과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제도의 목적이 교육의 전반적인 흐름과 결부하여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여부의 검토와 함께 목적에 맞게 문제 유형들이 개발되었는지 검증해야 한다. 그것이 교육의 발전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한준희(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 경명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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