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倭國 倭人

오모이야리(思い遣り)란 일본말이 있다. '상대를 먼저 배려하는 마음'이란 의미로 우리가 즐겨 쓰는 '역지사지'(易地思之)와도 뜻이 통하는 말인 듯하다. 이 말은 또한 '이웃에 폐를 끼친다'는 뜻의 일본어 '긴조메이와쿠'(近所迷惑)와도 불가분의 관계를 지니고 있다.

이 같은 일본말은 오랜 공동 주거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견해가 있다. 지금의 아파트 개념과 비슷한, 한 지붕 아래 여러 가구가 사는 나가야(長屋) 등의 공동생활에서 생겨난 말이란 것이다. 여기서 '긴조메이와쿠'로 욕을 먹지 않으려면 매사에 '오모이야리'를 유념하지 않을 수 없었을 법하다.

이 같은 국민 정서가 일본을 선진국 사회로 이끄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음이 분명하다. 지난번 대지진과 쓰나미의 참사와 혼란 속에서도 차분히 질서를 지키며 남을 먼저 배려하는 일본인들의 모습 또한 몸에 밴 '오모이야리'의 자연스런 표출이었다.

문제는 이 같은 '오모이야리'가 저들끼리만의 풍속이라는 것이다. 과거 일본의 위정자들이 이웃나라에 대한 최소한의 '오모이야리'만 있었던들 침략 전쟁과 학살극이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국가와 민족 간의 경쟁과 대립에는 '오모이야리' 같은 아름다운 도덕심이야 사치에 불과하고 오로지 국익 추구만이 최선이었던 게 인류의 역사라 하지만, 일본인들이 저지른 죄악상과 파렴치성은 가히 기네스북에라도 오를 만하다.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며 김포공항까지 쳐들어와 농성을 벌이다 돌아간 3명의 일본 자민당의원 또한 그 표본에 다름 아니다.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는 전범(戰犯)의 외손자이고,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는 육상 자위대 장교 출신이다.

여성인 이나다 도모미(稻田名美)는 더 가관이다. '난징 대학살'을 허구라고 일축하는 열렬한 야스쿠니신사 참배론자이다. 미 하원의 일본에 대한 '위안부 사과 결의안' 통과에도 발끈했다. 이들은 과연 자기네 선조들의 '긴조메이와쿠' 즉 이웃나라에서 저지른 전대미문의 만행을 모르는 것일까. 알고도 시치미를 떼는 것일까. 그러고도 자기들끼리는 '오모이야리'를 나누고 살아가는 것인가.

바야흐로 국제화 시대이다. 일본이 아무리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대국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런 소아병적인 정치인이 득세하는 정치 수준이고 사회 풍토라면 일본의 미래도 딱하다. 그래서 그들은 늘 '왜국'이고 '왜놈'인 것이다.

조향래 북부본부장 bulsajo@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