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업, 금융쇼크+달러약세 이중고

中企 많은 지역 타격 커…섬유 "살아나려니 찬물" 일제 흐름 살피며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향조정 여파로 미 증시와 유럽 및 아시아 증시가 동반 폭락하면서 세계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미국의 가벼운 기침에도 감기에 걸린다'는 우리나라 코스피가 5일간 무려 300포인트 이상 떨어지면서 기업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벌써부터 전기전자'IT, 자동차, 건설 등은 세계 경기를 예측하고 대책을 마련하느라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구경북 기업 비상

대구경북 기업들도 금융 시장 패닉의 후폭풍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대구의 경우 최근 원자재값 상승과 원화 절상에 따른 채산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사태가 달갑지 않다.

우선 미국 경기 침체로 대미 수출에 타격을 받거나 미국을 최종 목적지로 하는 부품 수출이 줄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지역의 한 자동차 부품 업체는 "현재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미국의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를 고려해 대책을 강구 중이다"고 말했다.

무역연구원 측은 "미국 경기가 침체되면 중소기업의 대미 직수출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미국을 최종 소비지로 삼는 제품의 수출이 위축되면서 중국 멕시코 등에 대한 부품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수출이 늘면서 호황을 다시 맞이할 것으로 여기고 있는 섬유업계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다시 살아나고 있는 섬유 산업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 지역 한 섬유업체 대표는 "2008년 경제위기 당시 매출이 20∼30% 줄었고 유동성 부족으로 자금난까지 겪었다"며 "이번 미국 경기 침체가 단기적인 현상이라면 괜찮겠지만 영향이 지속된다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고 걱정했다. 실제 2006년부터 계속 증가하던 지역 섬유 수출액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인 2009년 23억4천300만달러로 2008년(27억5천500만달러)보다 15%나 줄었다.

이와 함께 지역 기업의 또 다른 걱정거리는 달러 약세(원화 강세)다. 미국의 경기 침체는 달러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해 7월 19일 1,214.5원에서 최근 1년 새 130원 이상 떨어졌다. 미국의 경기 침체로 인한 달러 하락이 지속될 경우 채산성이 계속해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역 수출업체들은 채산성 유지를 위한 적정환율 수준을 달러당 1,200원 수준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수출 호조를 보이고 있는 구미산업단지의 경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생산액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수출 시장이 국제 금융 시장 혼란으로 인한 소비 감소로 감소될 것이란 전망치가 나오고 있는 탓이다.

실제 지난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동시에 전 세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2009년 수출액이 290억달러에 그쳤다. 이는 2007년 350억달러, 2008년 342억달러에 훨씬 미치지 못한 수출액이었다.

◆산업계 파장 상당할 듯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큰 직격탄을 맞았던 해운업계는 세계 경제가 다시 휘청거리자 과거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최근까지 물동량 감소, 선박 과잉 공급, 유가 상승 등의 삼중고에 시달려온 터라 올해 하반기 미국 경제의 점진적 회복이 이뤄지지 않으면 손실 만회가 어렵다.

건설업계도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로 인한 해외 공사 발주량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위기가 현실화되면 국내 건설사들의 주요 수익원인 중동의 플랜트 공사 발주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기전자와 정유 등 몇몇 업계는 미국 경제 위기 상황에도 기존의 경영 계획을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전기전자 업계는 투자 계획은 그대로 진행하면서 경기 악화가 우려되는 선진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시장 주도권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측은 "PC, TV 등 완제품의 하반기 수요 회복은 완만한 반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분야의 국내외 업체 간 경쟁이 심화돼 어려운 경영 여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해 23조원으로 책정된 투자도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LG전자도 올해 초 목표했던 4조8천억원 규모의 시설 및 연구개발(R&D) 투자는 계획대로 진행하면서 옵티머스3D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를 확대하고 4분기 롱텀에볼루션(LTE) 휴대전화 시장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 자동차와 철강업계는 원가 절감에 나서고 있다.

해외 생산과 수출의 비중이 크게 높아진 자동차업계는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 고연비 차를 개발하고 모듈화와 플랫폼 통합을 가속화해 원가 경쟁력을 높여 난국을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철강업계는 원료를 수입하는데다 제품 수출 비중도 커 원자재 가격과 환율 변동 등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금융 시장 흐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투자 계획은 예정대로 추진하면서 원자재가 변동 등에 대비해 원가 절감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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