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사람들은 배타적이고 성격이 급하다고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스쳐 지나가는 버스정류장, 지하철 승강장, 생존경쟁의 시장을 지나다 보면 모두가 무뚝뚝한 표정들이다. 길에서 어깨를 부딪치고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갈 길을 가버리는 사람.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탄 사람이 내리기도 전에 거칠게 올라타는 것은 이미 우리 눈에 익은 모습이다. 비교하는 삶은 괴로운 일이지만 일본과 비교해 보면 지하철 에티켓은 각별하다. 그들은 타인과 몸이 부딪치는 것을 크게 실례로 생각한다. 도쿄지하철에서의 승차예절을 보면 사람들이 출입문 양쪽에 두 줄로 나뉘어 하차하는 승객이 모두 내릴 때까지 기다린다.
도쿄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필자는 한 번은 지하철에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맨 앞에서 기다리다 하차승객이 모두 내리기 전에 밀고 들어갔는데 마지막에 내리다 어깨를 부딪친 한 중년이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쿡 치고 내린다. 좌석에 앉았는데 느낌이 이상하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몰려온다. 대충 험악하게 째려보는 인상들이다. 공동체의 질서를 흐리는 존재에 대한 불만의 표시인 것으로 보였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눈감고 자는 척해야만 했다.
대구에서 지하철을 이용해보면 그 상황이 다르다. 지하철이 도착하고 문이 열린 후 하차승객이 내린다. 이때 불과 몇 초도 지나지 않아서 들려오는 안내방송은 '곧 문을 닫는다'는 내용이라 차를 타지 못한 승객들의 마음을 더욱 조급하게 한다. 하차하는 사람이 있거나 말거나 밀고 올라가 빈자리를 확보한다. 간혹 내리려던 노인이 다시 밀려들어 가기도 한다. "내린 다음에 타세요"라는 말은 학교에서 이미 배웠지만 대구지하철의 경우는 승하차가 동시에 이루어지기도 한다. 밀고 당기고 부딪쳐서 얼굴을 찌푸리게 한다. 이를 보면 올바른 승차질서가 어떤 방법인지 처음부터 모르는 시민들이 많은 것 같다. 도쿄지하철의 역사는 길고 바른 승차예절을 위한 각종 홍보나 캠페인은 요즘도 계속되고 있다. 대구지하철의 역사는 아직 길지 않다.
엘리베이터 승차예절과 관련해서 인터넷에서 읽은 글 한 편을 소개한다. "오늘 1층에서 내리려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문 열리기 무섭게 타시더군요. 제가 내리면서, '내리고 난 후에 타세요~'하고 가볍게 한마디 했습니다. 화를 냈다거나 소리를 친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그 아주머니는, '왜?, 왜?' 하면서 놀란 표정으로 내리더니 다시 타더군요.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전혀 이해를 못한 것 같더라고요."
세계육상대회를 앞두고 대구 도심지에서 이곳저곳을 촬영하는 외국방송사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 세계의 언론들이 대구를 취재하기 시작한 것이다. 80억 인류가 대구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의 경우 많은 취재팀을 파견해 대회를 보도할 것이라고 한다. 금메달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 다수 출전하는데 지진으로 침체된 국민들에게 사기를 높이기 위한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매스컴들은 경기만 취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최도시의 이모저모와 정신문화, 뒷골목 삶의 모습도 자국의 국민들에게 알릴 것이다. 당연히 출퇴근시간 지하철 승객들의 모습은 좋은 취재대상이 된다. 요즘은 공중파 방송이나 일간신문 외에도 다양한 매체들이 정보전달에 동원된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의 페이스북 같은 측면에서 더욱 심층적인 내용들이 전달되는 시대이다. 개인적으로 미디어 저널리스트로 불리는 외국인들이 대구의 구석구석을 뒤질 것이다. 이들은 엘리베이터나 지하철을 이용하기도 한다. 혹시나 지하철 반월당역에서는 내리기도 전에 다시 밀려들어 가는 경험을 하며, 따로국밥의 매운맛과 함께 대구의 화끈한 기질을 체험할 수도 있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대구의 이미지를 명품도시로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88서울올림픽을 통해 한국인의 질서의식과 생활예절이 한 단계 도약했듯이 세계육상을 계기로 대구시민들의 생활예절 수준도 끌어올려야 할 것이다.
원래 우리네 삶은 아름다운 것이라는데 사람과의 만남으로 인해 이기심과 탐욕이 생기고 살아가기가 어려워진다. 남을 위한 일을 하는 사람은 자연히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게 되고 그것이 곧 자신을 위하는 일이다. 소통의 시대, 모르는 사람이라도 배려해주는 마음의 여유는 멋으로 나타난다. 대구시민들은 한다면 확실하게 세계인들에게 멋진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여름은 지구촌에 대구의 도시브랜드를 높일 절호의 기회이다.
박순국(사진작가·전 경일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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