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막을 내린 부산바다축제는 남해안 최대의 여름 축제이다. 올해 16회를 맞는 이 행사는 시작부터 작은 변화가 있었다. 신선함을 강조하며 젊은이들의 동참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행사의 얼굴인 공식 포스터도 그동안 인지도 높은 작가들을 선정했던 것에서 벗어나 25세에 불과한 젊은 미술학도의 작품을 과감히 채택했다. 파도가 넘실대는 깊은 바다와 바닷가에서 종이배와 함께 놀고 있는 어린이의 모습을 동화 같은 느낌으로 표현한 박상아 씨의 작품을 선정한 것이다.
박 씨는 "어릴 적 포항 호미곶 앞바다에서 놀던 기억을 떠올렸다"며 작품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파도를 연상하게 하는 큰 원이 특징인데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 속 모습에 신비감을 주기 위해 검은색과 푸른색을 짙게 사용했다. 작품은 마치 동화처럼 우리가 꿈꿔 왔던 세계를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사회 새내기지만 그녀의 수상 경력은 적지 않다. 대학교 2학년 때부터 통계청이 공모한 달력 디자인 공모전에 입상, 통계청 달력을 자신의 작품으로 채운 데 이어 올해 '무림 달력디자인 공모전'(우수상)에서도 입상했다. 부산바다축제에 이어 부산항구축제에도 그의 작품이 채택됐다.
박 씨는 대부분의 작품을 동화적 시각으로 표현했다. 판타지를 감미한 작품들을 통해 꿈을 심어주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동화적 요소는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갖게 합니다.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도 과거 동화적 판타지를 경험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순수한 기억들을 끄집어내야 사회가 한층 밝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스카우트 제의까지 뿌리치면서 당분간은 환경캠페인에 참여할 계획이다. 에드컬리지란 비영리 광고 동아리를 통해 환경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간의 순수성에 호소해 볼 생각이다. "돈은 나중에 벌어도 되지만 순수성을 일깨워 사회를 바꾸려는 의지는 지금이 가장 강할 때예요. 현재 하고 싶은 것을 못한다면 성공한 작가가 되더라도 후회로 남을 것 같아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고 있어요."
그는 동화적 요소를 활용하면 지역의 이미지도 바뀔 것으로 확신했다. 대구경북이 순수성을 강조해 내방객들의 어린 시절의 동화적 감수성을 일깨워 주게 되면 보다 쉽게 이미지 변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어린 탓에 지역이 폐쇄적이라는 등의 말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버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동화적 요소를 적극 활용한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구축하는 것이 아닐까요?"
포항에서 태어난 박 씨는 건축사인 아버지를 따라 어릴 적 경기도로 터전을 옮겼다. 용정초교, 화수중, 화정고, 서울여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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